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자동차 판매량 글로벌 ‘톱3′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이 중심이 되는 모빌리티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생인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영업지원사업부장과 국내영업본부장, 현대차·기아(000270) 사장 등을 거친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차그룹 부회장에 오르며 그룹을 이끌 청사진을 그렸고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이 취임한 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다. 현대차그룹도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지만, 정 회장 지시로 대체 소자를 직접 개발하면서 차량 생산량을 유지했다. 덕분에 2020년 635만1569대로 글로벌 판매 4위에 오른 뒤 2023년 730만4282대를 판매하며 도요타·폭스바겐에 이어 ‘톱3′로 올라섰다.

그래픽=손민균

중국과 유럽 시장 부진으로 현대차그룹의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480만1593대)은 작년 동기(486만2653대)보다 1.2% 줄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누적 생산 1억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썼다. 1967년 회사 창립 이후 57년 만이자 1976년 수출을 개시한 지 48년 만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누적 생산 대수 1억대를 넘긴 곳은 도요타와 폭스바겐,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혼다 등이다. 누적 1억대까지 도요타는 63년, 폭스바겐은 69년이 걸렸다.

정 회장 취임 후 매출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261조4720억원으로 전년(229조784억원) 대비 14.1% 늘었다. 올해도 역대급 매출액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 전망치는 279조5718억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실적이 오른건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영업이익도 상승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0년 4조4612억원이었는데, 2021년 10조원을 돌파한 뒤 2023년엔 26조4316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의 벽을 넘었다. 증권가의 올해 합산 전망치는 28조8435억원이다.

정 회장 취임 후 또 하나의 변화는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의 생존방식이다. 과거엔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소재·부품을 그룹 내에서 조달하는 수직계열 구조였으나 지금은 각 계열사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해상운송 계약을 맺었고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제외하고도 12조원이 넘게 수주했다.

'2024 베이징 모터쇼' 현대차관에 전시된 아이오닉5N(왼쪽)과 아이오닉5N 드리프트 스펙(오른쪽). /현대차 제공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은 정 회장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자율차 기업 포티투닷(42dot) 인수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는 지난 8월 자사 차량을 빌려주고 자율주행 기업의 기술을 투입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대 자율차 기업 웨이모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도 시야를 넓혀둔 상태다.

올해 전기차 판매는 부진한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북미 대선 등 불확실한 정세로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8월까지 24만880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35만653대)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수소 생태계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넥쏘 이후 수소차 신모델이 없는 점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