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 진행자이자 배우 중 한 명인 토마스 고트샤크도 직접 와서 차를 받아 갔어요. 고트샤크와 같은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독일 안팎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딜리버리센터(Delivery Center)를 찾습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벨트의 딜리버리센터로 들어서자 고급 호텔 라운지와 비슷한 공간이 나왔다. 차량을 수령하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한쪽에 놓인 두꺼운 방명록에는 날짜별로 길고 짧은 소감들이 이름과 함께 적혀 있었다. BMW 딜리버리센터 도슨트(안내인)는 “차량을 받기까지는 약 70분 걸리고 하루 평균 140~150대가 고객에게 인도된다”고 말했다. BMW는 도슨트를 자체적으로 지니어스(GENIUS)로 부른다.
딜리버리센터 바깥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자 출고를 앞둔 차량 10여 대가 서 있었다. 각 차량은 원판 모양의 바닥을 밟고 있는데,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빨간색 7시리즈 한 대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차량은 모두 멈춰 있기 때문에 멀리서부터 본인이 수령할 차량에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 키를 건네받은 고객은 차량을 확인한 뒤 직접 가져가거나, 주소지로 배송받을 수 있다.
BMW그룹은 지난 2007년 딜리버리센터, 전시공간, 콘서트홀, 레스토랑, 쇼핑몰,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포함된 BMW 벨트(Welt·영어로 World)를 세웠다. BMW 벨트는 4 실린더 빌딩으로 유명한 BMW 본사를 비롯해 박물관, 공장과 함께 독일 뮌헨의 관광명소가 됐다. 매년 전 세계에서 3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2만4000건이 넘는 투어가 진행된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출고된 BMW 및 미니 차량은 25만대를 웃돈다.
통상 딜리버리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은 BMW 벨트를 먼저 둘러보고 수령 절차를 진행한다. 건물 로비와 2층에는 BMW, 미니, 롤스로이스, 모토라드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신차부터 클래식, 콘셉트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팩과 재활용 소재 등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을 아예 뜯어놨다.
따로 신청하면 공장이나 박물관 투어도 가능하다. BMW 뮌헨공장은 1922년 모터사이클 생산을 위해 처음 문을 연 BMW의 1호 공장으로 1928년부터 차량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3시리즈 세단, 고성능 M3, 전기차 i4 등 내연기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를 합해 하루 최대 1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2027년 말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BMW 벨트처럼 한 지역의 명소가 된 완성차 브랜드의 본사를 벤치마크 삼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에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중북부의 볼프스부르크에 본사, 공장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지었고, 슈투트가르트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셰 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기아(000270)는 도심에서 BMW 벨트와 비슷한 브랜드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201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국내영업본부 사옥에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기아 360′(전 BEAT 360)을 열었고 2021년 8월 재단장했다. 브랜드 및 디자인 소개, 차량 전시, 카운셀링 부스, 카페, 체험존 등으로 구성돼 있고, 제품이나 공간 안내를 위한 도슨트도 있다.
GBC 공사는 서울시와 현대차그룹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가 처음 공개한 콘셉트 디자인(조감도)을 보면 GBC는 55층 타워 2개 동과 저층부 4개 동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처음에는 105층짜리 초고층타워 1개동만 짓기로 했었다. 현대차는 GBC를 본사 외에 각종 문화·편의시설을 갖춘 시설로 꾸민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