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래차 관련 협력을 늘리고 있다. 미래차 분야는 당장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장기 사업이라 투자 비용과 리스크(위험 요인)를 줄이기 위해 손을 잡기도 한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만난 위르겐 굴트너 BMW그룹 수소기술 분야 총괄(박사)은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성장세를 거듭 강조했다. BMW가 도요타와 향후 10년간 수소차 공동 개발을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유사 협력 사례가 많아지는 배경을 설명하는 취지에서다.
굴트너 박사는 “수소차 분야는 BMW, 도요타, 현대차(005380) 등 소수 기업이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수소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수소 충전소도 대규모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차는 전기차의 뒤를 이을 대표적인 미래차로 꼽힌다. 수소차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로 달리는 차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기반시설)가 성장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이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수소차 개발을 선두하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34.7%)을 제치고 점유율 1위(37.1%)로 올라섰다.
BMW와 도요타의 협력에 이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체코 스코다와 수소차 등 미래차 협력을 공식화했다. 향후 현대차가 도요타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BMW는 현대차가 주축으로 있는 글로벌 수소위원회를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간 GM은 혼다와 수소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추진해 왔다. 두 회사가 미국 미시간주(州)에 함께 구축한 수소연료전지 생산시설은 올해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완성차 업계에서 수소연료전지 합작 공장이 운영되는 첫 사례다. 혼다는 일본에서 수소차 생산을 중단한 지 약 3년 만인 지난 6월 미국에서 수소차(CR-V e:FCEV) 생산을 시작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에선 소프트웨어기반차(SDV·Software-Defined Vehicle) 플랫폼 개발을 위한 혼다·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이 등장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리서치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4 자동차 기업 디지털화 랭킹’에서 니오, 샤오펑, 지리 등 중국 기업이 부상하면서 한국과 일본 완성차 기업의 점수는 한 해 전과 비슷하거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3사가 협력한 배경에는 중국의 전기차, 소프트웨어 발전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다”며 “공동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트렌드 대응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차 전략 목표를 기간 내에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 사가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면서 제품 차별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은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