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슈바빙지구 피르호가(街) 주거단지 도로 양옆으로 주차된 차량은 대부분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연결된 차량)이었다. 뮌헨에서 부촌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브랜드 현대차(005380)나 기아(000270) 차량도 자주 보였는데, 상당수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유럽용 해치백 모델이었다.
개인 소유가 아닌 택시, 공유 차량도 해치백인 경우가 많았다. 택시는 서비스 특성상 세단과 밴의 비율이 높지만, 해치백, 왜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에서 흔히 사용하는 공유 차량 서비스 마일스(miles)에 등록된 차량도 대부분 해치백이다. 마일스 차량은 뮌헨 도심 공용 주차장이나 거리 곳곳에 주차돼 있는데, 폭스바겐 해치백 골프, 폴로가 특히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는 SUV, 세단에 밀려 해치백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인기가 많다. 좁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이 많아 주행이나 주차가 까다로운 유럽 도시에서는 차체가 작은 해치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SUV나 세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 효율이 높아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외 자동차 전문업체 카스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모델 10위 중 절반은 해치백이다. 다치아 산데로, 폭스바겐 골프, 르노 클리오, 폭스바겐 T-Roc, 푸조 208, 도요타 야리스 등이다. 해치백 외에는 폭스바겐 T-Roc, 시트로엥 C3, 도요타 야리스 크로스 등 소형 SUV와 세단인 스코다 옥타비아, 세단형 SUV 테슬라 모델 Y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업체는 유럽에서 해치백과 같은 현지 전략형 모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튀르키예 공장에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 판매하는 해치백 i10과 i20을, 체코 공장에서 i30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해치백 씨드를 선보였다. 모두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유럽 시장을 겨냥해 스포츠 세단 G70을 왜건으로 개발한 ‘G70 슈팅 브레이크’를 출시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판매한 주요 차종에는 현지 전략형 해치백 모델이 포함됐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전체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 감소한 56만3862대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는 투싼(6만4254대), 코나(4만2151대), i20(3만2220대) 순이다. 기아는 스포티지(8만8789대), 씨드(6만1860대), 니로(3만8846대) 순으로 많이 판매했다.
몇 년 전부터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 왜건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022년 유럽 시장에 선보였던 왜건 G70 슈팅브레이크를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 DS오토보밀은 해치백 DS4, 푸조는 해치백 푸조 308 3세대를 선보였고, 폭스바겐은 골프 8세대를 출시했다. BMW의 대표적인 해치백 뉴 1시리즈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차등록 외형별 대수는 SUV, 세단, 레저용차량(RV), 해치백, 픽업트럭, 컨버터블, 쿠페, 왜건 순이었다. 이 중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건 해치백으로 2645대(48.4%)가 줄었다. 올해 누적 등록대수 규모도 SUV가 53만1681대, 세단이 27만7688대를 기록한 반면, 해치백과 왜건은 각각 2만2297대, 1358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