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BMW 차량 약 1만대가 이곳으로 옵니다. 상태가 양호한 부품은 다른 차량에 재사용하고 강철,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리, 금속 등 원재료를 추출해서 재활용하기도 합니다”

19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도심에서 약 20㎞ 떨어진 운터슐라이스하임에 위치한 BMW그룹 재활용 및 분해 센터(RDC 센터). 단층짜리 센터 건물 옆 보안 구역을 통과하자 BMW, 미니, 모토라드 브랜드 차량과 오토바이 50여 대가 철제로 된 선반에 줄줄이 쌓여 있었다. 멀쩡한 외관을 유지한 차량부터 내장재가 보일 만큼 찌그러지고, 심지어는 섀시(뼈대)만 남은 차량도 많았다.

알렉산더 슐 BMW RDC센터 총괄은 “대부분은 생산 전 차량이거나 고객에게 판매할 수 없는 시험용(프로토타입) 차량이다. 파손, 미디어, 영화용 차량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마다 기존 용도, 모델 식별 번호, 입고 날짜 등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며 “주로 독일에서 타던 차들이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BMW 재활용 및 해체센터(RDC센터)에 차량이 쌓여 있다./BMW그룹 제공

RDC센터는 지난 1994년 BMW가 수명이 다한 차량을 재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독일 내 재활용센터 중 최대 규모로 약 6만6000㎡(2만평)에 달하는 시설에서 엔지니어 약 80명이 차량 분해, 평가, 유체(오일·공기) 제거, 분리 등을 진행한다.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차량의 나머지 부분은 외부 재활용 시설에서 압축 및 파쇄된다.

RDC센터를 기반으로 주요국 환경 규제, 자원 수급 불확실성 등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완성차 업계에 이른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안착시킨다는 게 BMW의 목표다. BMW는 RDC센터에서 수집한 재활용 관련 데이터를 전 세계 32개국 5000여 개 협력사에 공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차량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정에도 활용하고 있다.

BMW 재활용 및 분해센터에서 자체 개조된 굴착기가 차량을 분해하고 있다./BMW그룹 제공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BMW 내 RDC 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재료의 가치가 부각되면서다. 현재 RDC센터에서 처리하는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지만, 앞으로 그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RDC센터에서는 입고된 차량이 전기차인지 가장 먼저 파악한다.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는 별도의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해 배터리를 분해하고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간다.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뒤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를 추출해 셀 공급업체에 제공한다.

BMW 관계자가 19일(현지 시각) 재활용 및 해체센터(RDC)에서 분해되는 배터리에서 추출한 원재료를 소개하고 있다./BMW그룹 제공

안드레아스 프뢰리히 BMW 재활용 혁신센터 총괄은 “동력 장치만 빼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는 공정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당장은 내연기관차가 가솔린, 디젤 등 연료까지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MW의 전기화 자동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BMW는 총 255만4183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전기화 자동차는 56만대 이상으로 전체 판매량의 22%에 해당한다. 유럽 시장에서는 올해 7월 전기차 1만4869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테슬라(1만4561대)를 제치고 월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