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현대차(005380)와 수소·전기·내연기관 등 신차 공동 개발·생산을 비롯해 공급망을 공유하고 원자재·부품을 공동구매하는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 GM은 수소 상용차 스타트업 니콜라에 지분 투자를 추진했지만, 사기 논란으로 협력이 취소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연료전지를 비롯해 승용·버스·트럭 등 모든 종류의 수소차를 가진 유일한 완성차 기업이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원가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위(현대차)와 5위(GM) 자동차 회사가 뭉쳐 최근 부상하는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한 견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와 포괄적 협력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메리 배라 GM그룹 회장을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포괄적 제휴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전기·수소 등 미래 클린 에너지 기술 ▲신차 및 엔진 공동 개발·생산 ▲배터리 원재료, 철강, 기타 원재료 등 공급망 관리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가장 주목받는 협력은 수소 분야다. GM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차에 관심이 많았다. GM은 지난 2020년 니콜라와 20억 달러(약 2조6600억원) 투자와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하지만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가 실제 수소트럭을 양산할 능력이 없고, 차량 능력을 과장했다”며 사기 의혹을 제기했고, GM은 투자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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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현대차와 손잡은 이유는 현대차가 모든 종류의 수소차를 갖고 있고, 대량생산·상업 판매까지 이룬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을 시작해 26년째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연료전지를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 수소 생태계 표준이 체계화되지 않은 만큼 두 회사는 수소 표준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두 회사가 신차를 공동 개발·생산하면 공장 건설 투자비도 아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시장은 한국·미국·유럽·인도 등이고 GM은 미국·중국·남미 등이다. 현대차가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고 GM 캐나다 공장을 활용하면 공장 건설비와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

또 두 회사가 신차를 공동개발·생산하면 같은 차를 각각 현대차, GM 로고를 부착해 판매하는 ‘리배징’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차량 플랫폼을 통합하고 부품을 공유하면서 생산비를 아낄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 버스, 트럭, 승용차./현대차 제공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상위 6개 브랜드가 판매량 차량은 총 4653만9000대다. 이중 현대차그룹(730만4000대·3위)과 GM(618만8000대·5위)이 약 29%(1349만2000대)를 차지한다. 이런 구매력을 앞세워 배터리 소재, 철강재, 각종 부품 등을 공동 구매하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향후 일본 도요타가 참여해 한·미·일 자동차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 나라는 지난 6월 경제안보대화를 열어 공급망, 신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장./조선DB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기업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엔 저가로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한때 세계 1위였던 GM 입장에서는 전기·수소 등 미래차 분야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