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 본사가 한국 법인에 일본 법인의 사업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에서는 주기적으로 경영진이 글로벌 법인을 방문해 그동안의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사업책임자(CCO)를 비롯한 고위 글로벌 임원들이 한국 법인을 찾아 지난해 국내 판매 실적이 일본 시장에 밀린다는 취지로 이같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랜드로버 한국 판매량은 회복하는 추세지만, 일본 시장과 경쟁을 통해 성장 속도를 주문한 셈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국내에서 5073대(랜드로버 5019대, 재규어 54대)를 판매했다. 이는 한 해 전(3276대)보다 약 54.9% 증가한 수준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5년 만에 반등했으나 2018년 1만5473대(랜드로버 1만1772대, 재규어 3701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연간 판매량이 3분의 1로 줄었다.
재규어는 수년간 판매 부진이 심해지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재규어는 유통 전략 등을 변경해 내년부터 판매전문회사(딜러사) 없이 본사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고, 모든 모델을 순수 전기차로 선보일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량은 2019년 1만197대(랜드로버 7713대, 재규어 2484대)로 감소한 뒤 2020년 5676대(랜드로버 4801대, 재규어 875대), 2021년 3558대(랜드로버 3220대, 재규어 338대) 2022년엔 3276대(랜드로버 3113대, 재규어 163대)로 줄었다.
랜드로버는 자국 소형차를 선호하는 일본에서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진 박스형 차체에 기반하는 디펜더, 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실용성, 안정성을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의 취향과 레저·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 지역이나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 결과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JAI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대수는 한 해 전 5511대(랜드로버 4496대, 재규어 1015대)보다 77.8% 증가한 9799대(랜드로버 9102대, 재규어 697대)를 기록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일본법인은 차주들과 소통하며 디펜더의 여러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도쿄 근교의 온천, 스키장 등 관광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와 함께 ‘디펜더가 있는 생활’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울창한 숲이 많고,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디펜더를 소유한 차주의 사례를 활용해 차량의 다양한 활용도나 가치를 부각한 것이다.
일본에서 랜드로버 판매량은 느리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 3000대를 웃돈 일본 내 랜드로버 판매대수는 2019년(4560대→3959대) 한 해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계속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디펜더 110으로 2023년 회계기준(2023년 4월~2024년 3월) 4462대가 팔려 일본 수입차 모델 연간 판매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량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주춤한데, 한국의 감소폭이 더 크다. 지난 1~8월 국내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량은 27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15대(랜드로버 3778대, 재규어 37대)보다 2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량은 6187대(랜드로버 5716대, 재규어 471대)에서 5808대(랜드로버 5387대, 재규어 421대)로 6.1% 줄었다.
과거 한국 법인의 실적이 좋을 때는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법인에 모범 사례로 제시되기도 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