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프의 첫 전기차 어벤저를 ‘아기맹수’라고 표현했다. 어벤저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아담한 차체와 부드러운 외관을 가졌다.
어벤저는 9월 4일 국내에 출시된다. 2022년 말 유럽에서 출시된 어벤저는 현지 계약 건수가 10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지프는 유럽,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어벤저를 판매한다. 어벤저는 지프의 고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출시가 되지 않았다.
지난 28일 어벤저를 타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경기 남양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60㎞ 구간을 달렸다. 이날 시승한 차는 유럽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들어온 차였다. 서울 도심 뒷골목부터 올림픽대로, 국도를 거쳐 남양주 인근에서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가로지르는 세미 오프로드 주행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지프 차는 각이 뚜렷한 육중한 차체를 갖고 있지만, 어벤저는 이와 거리가 있다. 박스형이긴 하지만 대표 모델인 랭글러, 레니게이드보다 굴곡지다. 크기는 전장 4085㎜, 전폭 1797㎜, 전고 1530㎜,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 거리) 2562㎜로 소형 SUV 레니게이드(전장 4255㎜·전폭 1805㎜·전고 1700㎜·휠베이스 2570㎜)보다 작다.
아담한 크기인데, 전면부에 지프 상징인 7-슬롯 그릴, 체로키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헤드램프 덕분에 실제 차량보다는 크게 느껴진다. 레니게이드와 비교하면 전장은 짧지만, 휠베이스 차이가 10㎜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지프는 글라스 선루프를 기본으로 제공한 것도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벤저는 도어 패널, 컵 홀더, 앞좌석 센터 슬라이딩 암레스트 등 실내 공간 곳곳에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수납력은 34리터(L)짜리 기내용 캐리어와 맞먹는다. 트렁크 공간은 321L로 1~2인 가구의 여행용 캐리어나 간단한 레저용품을 수납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다소 투박한 편이다. 수평 구성의 대시보드는 개방감을 주긴 하지만, 개성이나 취향을 드러낼 만한 디자인 요소는 거의 없다. 운전석 옆 10.25인치 디지털 터치스크린 하단에 일렬로 배치된 각종 조작 버튼은 마치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보는 듯했다. 수동식이나 다이얼로 조절하는 시트도 요즘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였다.
전기차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볍고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어벤저는 전 트림에 중국 CATL이 만든 54킬로와트시(㎾h) 리튬이온(NCM)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전기 모터는 최대 출력 156마력(115㎾), 최대 토크 270Nm의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달릴 때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적었고, 약한 회생제동(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 기능이 적용된 덕분에 불편한 울컥거림도 없었다.
어벤저는 비포장길로 된 세미 오프로드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차량에 탑재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셀렉-터레인(Selec-Terrain) 기능으로 다양한 지형(샌드·머드·스노우 등)에 적합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설정 모드에 따라 전기모터 출력,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력이 달라진다. 급한 내리막길에서는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이 작동한다.
지프는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보조 장치를 탑재했다. 특수 설계된 엔진과 배터리 쉴드는 오프로드 주행 시 외부 요인으로부터 배터리와 차량 하부를 보호한다. 전기차는 차량 하부에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어 경사가 심하거나 노면이 고르지 않은 길에서는 안정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환경부 기준 복합 292㎞로 짧은 편이다. 레저나 스포츠 등 활동적인 생활 스타일을 추구하는 정통 오프로더로서 지프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여유로운 장거리 주행이 어려운 점은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어벤저는 편의 및 안전사양에 따라 론지튜드와 알티튜드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각각 5290만원, 5640만원이다.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