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공장이 두 달째 가장 많이 수출되는 차종을 정상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부분 파업에 들어간 여파다. 총 3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자동차 수출·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005380)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도 임단협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이날 노동조합과 임단협 재교섭을 시작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두 달간 20차례 협상 끝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지만, 지난달 26일 부결된 바 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쉐보레 제공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1일부터 평일 연장 근무와 주말 특근 등 잔업을 거부했고, 지난달 8일부터 파상 파업에 돌입했다. 파상 파업은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정 단위별로 진행하는 파업을 말한다. 한국GM 노조는 공정별로 4시간씩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왔다. 한국GM 창원·부평 공장은 정상 가동 시 각각 1시간에 60대를 생산하는데, 하루에 1000대 가까이 생산 차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GM 노조는 부분 파업(특정 시간대에 공장 전체가 파업하는 형태)으로 전환했다. 임단협이 길어질수록 생산 차질 대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창원 공장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부평 공장에서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제공

두 차종은 한국GM의 수출 효자 노릇을 해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총 21만6833대가 수출됐다. 전체 국산차 중 연간 실적 1위다. 북미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차로 꼽혀 올해 상반기에도 15만6897대가 수출되면서 수출 1위를 지켰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21만4048대로 2위였고, 올해 상반기 10만294대가 수출됐다.

한국GM은 북미 시장에 보낼 물량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두 차종 생산 공장을 100% 이상 가동해왔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겨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 허가도 받았다. 지난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량 40만대를 넘겼고 올해는 목표를 50만대로 잡았지만, 파업으로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북미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GM 한국사업장 제공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량 회복을 노리는 다른 완성차 업체도 파업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최근 중형 SUV 액티언을 출시한 KG모빌리티(003620)도 임단협을 끝내지 못했다. 한국GM과 마찬가지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투표에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만에 신차를 출시하는 르노코리아도 빠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 제도를 요구하는 기아(000270) 노조도 최근 파업권을 확보했다.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산차 5개사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3.8% 늘어난 370억1000만달러(약 51조1663억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으로 수출이 지연되면 단기적으로는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