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3는 기아(000270)가 새롭게 선보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전기차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비싼 가격이 꼽히는데, 기아는 각종 첨단 기술을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하면서도 3000만원대 초중반의 가격을 책정했다.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겠다”며 출시한 EV3를 서울에서 속초까지 약 200㎞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EV3 GT라인이다. EV3는 에어, 어스, GT라인 등 세 종류가 있는데, GT라인이 최상위 모델이다. 외관은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 EV9과 비슷하다. 수직으로 배치한 헤드램프 등 기아의 최신 패밀리룩(Family Look·일관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GT라인은 전면부와 후면부 범퍼 그릴이 직선이 아닌 사선 형태로 돼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310㎜, 전폭 1850㎜, 전고 1570㎜,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 거리) 2680㎜다. 공차중량은 1765㎏이다.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김지환 기자

주차장을 나서면서 EV3에 최초 적용된 아이페달(i-페달) 3.0 기능을 켰다. 이 기능은 회생제동(감속할 때 바퀴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이용해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할 수 있는 것인데,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작동한다. 기존에는 가장 강한 회생제동 단계에서만 가능했다.

처음에는 3단계로 설정했는데, 급감속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 이후 2단계로 바꿨다. 고속도로까지 약 20㎞ 구간에서 10번 정도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아이페달 기능과 HDA2(고속도로 주행보조2)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이 어떤 느낌일지 실감이 날 정도였다. 커브길에서도 핸들을 돌리지 않고 손만 대고 있어도 차량이 알아서 빠져나가 피로감이 덜했다. EV3는 과속 카메라를 인식하고 속도가 높으면 엠비언트 라이트를 빨간색으로 바꿔 과속을 알려준다.

규정속도 구간에서 아이페달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가속페달에서 발만 떼면 차가 감속한다./김지환 기자

급커브가 연속되는 구간에서 EV3는 중심을 잘 잡았다. 큰 쏠림 없이 급커브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개방형 수납함에 올려둔 지갑이 운전석 발밑 공간으로 떨어졌다.

주행 성능은 좋다. 시속 100㎞가 넘었다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행 안정감이 좋았고, 풍절음도 적었다. 기아는 승차감을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림은 느껴졌다.

운전석에서 촬영한 EV3 실내 공간.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 아래로 무선충전 패드와 컵홀더가 포함된 개방형 수납공간이 있다. /김지환 기자

EV3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이 AI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 운전자가 요구하는 것을 반영할 수 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약국을 안내해줘”라고 하니, 숙소와 200여m 떨어진 약국을 경유지로 추가했다. ‘맛집을 추천해달라’, ‘날씨를 알려달라’는 등의 물음에도 정확하게 대답했다.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전남 여수의 한 해안가’를 알려주기도 했다.

기아 전기차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된 ‘기아 AI 어시스턴트’.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 경유지를 음성만으로 추가할 수 있다. /김지환 기자

시승을 마치고 난 뒤 차량의 주행가능거리는 258㎞였고, 배터리 잔량은 54%였다. 출발하기 직전 465㎞, 배터리 잔량은 96%였다. 에어컨을 2단계로 틀고 각종 주행보조 기능을 켜고 200㎞를 넘게 달린 상태였다. EV3에는 동급 최대 수준인 81.4㎾h 4세대 배터리가 탑재돼 완충 시 서울-속초 왕복이 가능하다.

보조금을 받기 전 EV3 GT라인 가격은 스탠다드 4666만원, 롱레인지 5108만원이다. 지역에 따라 스탠다드는 705만~1542만원, 롱레인지는 765만~1674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왼쪽부터 EV3의 2열 공간, 트렁크, 19인치 GT라인 전용 휠의 모습.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