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버스 전용차로 주행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이미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버스 전용차로까지 허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영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버스 전용차로에 전기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최근 경찰청에 건의했다. KAMA 회원사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003620) 등 5개사다.
권오찬 KAMA 책임위원은 지난 22일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한 핵심 보급 전략’ 포럼에서 “보조금 증액과 충전 요금 할인 특례 부활과 같은 한시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의 경우 주말 버스 통행량이 적은 구간에 한해 전기차 운행을 허용해 일반차로 수요를 분산하고 전용차로 이용률 향상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가 버스 전용차로를 넘보는 이유는 판매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5만7823대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올해는 부진이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9.4% 감소한 2만5416대로 집계됐다.
업계는 전기차 부진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 책임위원은 “올해 1분기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 감소해 (수입 전기차보다)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제조사의 전기차 투자 부담 증가, 부품 업체의 전동화 전환 지연, 미래차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는 전기차의 버스 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한다.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보조금, 세금 면제,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공영주차장 무료, 여객선 이용 시 자동차 운송비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노르웨이 신차 판매량의 약 82%가 전기차였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혜택이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독일과 영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전기차 혜택을 줄이고 있다. 고속버스 등을 운행하는 버스연합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 전용차로는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정책인데, 전기차가 안 팔린다고 버스 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는건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버스 전용차로에 전기차가 끼어들면 버스의 빠른 이동이 어려워져 대중교통의 효용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