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기업들이 중동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이 더딘 반면, 중동은 신차 타이어 수요 증가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073240)넥센타이어(002350)는 지난해 각각 이집트에 판매법인을 신설했다. 기존에 지사로 운영하던 것을 법인으로 바꿨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중동 타이어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지사를 법인으로 승격했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영업 활동 강화와 바이어(구매자) 확대, 현지 인원 보강을 위해 카이로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집트를 거점으로 북아프리카 시장도 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이집트 판매법인이 지난 3월 10일 라마단(이슬람의 성월)을 기념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이집트 판매법인 페이스북 캡처

타이어 기업들은 대체로 해외 진출 초기에 지사·사무소를 설립하고 주요 시장으로 인식하면 법인으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금호타이어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중국, 이집트 등 10개국에서 판매법인을 운영한다. 브라질, 태국, 폴란드, 튀르키예 등 13개국에는 지사 및 사무소를 둔다.

중동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동의 자동차 판매량은 2020년 173만대에서 2022년 229만대로 늘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여성 운전 합법화 등이 배경이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중동 자동차 시장이 2030년 3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 신차용 타이어(OE·Original Equipment)와 교체용 타이어(RE·Replacement Equipment) 수요도 증가한다.

국내 타이어 업계는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고급 세단이 많이 팔려 타이어도 승차감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반면 중동은 국가별로 특색이 다르지만 대부분 가격을 중시해 저렴한 중국산 타이어와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은 기후 특성상 여름이 길어 타이어를 자주 바꿔야 하는 소모성 부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저렴한 타이어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는 중동에 기술을 수출해 회사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향후 중동 시장에서 생산·판매를 늘릴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타이어 제조사 블랏코에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블랏코가 짓고 있는 28만㎡(약 8만5000평) 규모 타이어 공장에 활용할 기술을 20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는 보다 일찍 중동에 판매법인을 세웠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2022년 이집트 카이로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작년에는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