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일(현지시각) 오는 2032년 미국 판매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을 56%로 높이는 규정을 확정했다. 최종 계획은 2030년 판매 차의 약 66%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기존 초안보다 후퇴한 것이어서 미 행정부가 기존 산업을 지키려는 자동차 제조사와 노동조합 등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쉐보레 전기차 이쿼녹스 EV. /GM 제공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2027~2032년과 그 이후 출시되는 승용차와 경트럭, 중형차(MDV)에 대한 최종 국가 오염 기준(final national pollution standards)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CNN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EPA가 최종 확정한 기준은 자동차 회사가 엄격한 배출가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도록 하는 대신,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배터리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전환에 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평가했다.

EPA 기준을 보면 새 규칙은 2032년 판매 신차 중 배터리 전기차(BEV) 비중을 5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13%를 목표로 한다. 이 경우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 신차 비중은 29%로 낮아진다.

포드 전기트럭 F-150 라이트닝. /포드 제공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7.6%, 하이브리드차는 16%로, 향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PA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 기준은 상당한 오염 감소를 제공하고, 친환경차 기술 채택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런 기준은 70억톤 이상의 탄소를 저감하고, 공기질 개선으로 연간 130억달러의 공중보건 혜택, 연간 화석 연료 비용과 운전자의 유지 및 수리 비용 감소 620억달러 등 연간 1000억달러의 순이익을 사회에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종 계획은 초안으로 마련됐던 것보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에 전동화 전환과 관련한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다.

초안은 2029년식 기준 신차 판매의 55%를 전기차, 45%를 내연기관차로 목표했다. 그러나 최종 규칙은 2029년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을 49%로 4%포인트(P) 높였다.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도요타 제공

이런 제도 변화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 중인 도요타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CNN 등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새 오염 기준을 설정했다”라며 “미국 근로자들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도장을 찍은 친환경 승용차와 트럭을 만들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