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약 30~50% 적지만, 전기차 시대에도 꼭 필요한 부품이 있다. 유리창, 트렁크, 선루프 주변에 쓰는 고무다. 화승알앤에이(378850)현대차(005380)기아(000270)뿐 아니라 폭스바겐, BMW,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에 자동차용 고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화승알앤에이는 화승그룹 산하 기업이다. 화승그룹은 고(故) 현수명 창업주가 1953년 부산에서 설립한 동양고무공업에 뿌리를 둔다. 화승그룹은 현재 자동차용 고무 부품을 만드는 화승알앤에이, 아디다스 신발을 생산자 개발 방식(ODM)으로 만드는 화승인더(006060)(화승인더스트리)를 양대 주력으로 삼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화승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는 화승코퍼레이션(013520)이다. 화승알앤에이는 2021년 3월 인적 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화승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나뉘었다.

화승알앤에이의 주력 제품은 외부 소음, 빗물, 먼지의 유입을 막는 고무 부품으로 웨더 스트립(Weather Strip)이라고 불린다. 차체와 유리 사이, 트렁크 내부, 차 문 내부 가장자리 등 내연기관차·전기차·수소차에 두루 쓰인다. 화승알앤에이는 최근 인도의 자동차 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를 새 고객사로 맞았다. 마힌드라는 전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화승알앤에이 웨더 스트립을 쓰기로 했다. 화승알앤에이 관계자는 “소음·진동(NVH)을 줄이고 경량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풍절음(차와 바람이 부딪쳐 나는 소리)을 줄이는 성능을 유수의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자동차 내부에 들어가는 고무호스도 주력 제품이다. 에어컨 냉매가 순환하는 고무호스, 브레이크 유압을 전달하는 관로 역할을 하는 고무호스, 엔진 열을 냉각시켜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라디에이터 호스 등이다. 화승그룹 계열사 화승소재가 원재료(고무)를 수급하고, 화승알앤에이가 부품을 제조하는 수직 계열화 생산 체제를 갖췄다.

화승알앤에이가 생산하는 웨더 스트립(왼쪽)과 브레이크 호스(오른쪽)의 모습. /화승알앤에이 제공

라디에이터 호스나 주유 호스 등 일부 부품은 전기차에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냉각수 고무 배관 등이 별도로 필요하다. 화승알앤에이 관계자는 “내연기관 연료계에 들어가던 고무호스는 사라지지만, 오히려 전기차·수소차에 추가되는 고무호스가 더 많다”며 “전기차·수소차 전환에 따라 호스 제품군 매출이 1.5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승알앤에이는 현대로템(064350)이 주도하는 수소트램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2021년 실적은 3~12월 기준. 그래픽=정서희

화승그룹은 고 현수명 창업자의 장남인 현승훈(82) 회장이 사업을 다각화하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화승그룹은 4개의 상장법인과 63개의 비상장사 등 67개사로 구성돼 있다. 현승훈 회장의 장남 현지호(53) 총괄부회장이 화승코퍼레이션의 최대 주주(지분율 35.44%)이고, 화승알앤에이 사업을 주도한다. 현승훈 회장의 차남인 현석호(51)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를 이끈다.

화승알앤에이는 현지호 총괄부회장이 21.96%, 현승훈 회장이 13.48%, 화승코퍼레이션이 11.27%, 화승인더스트리가 9.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화승알앤에이는 2021년 사업연도(2021년 3~12월)에 매출 5057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 6579억원에 155억원의 영업이익을, 작년에는 매출액 6806억원, 영업이익 318억원을 거뒀다.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남미 등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화승알앤에이 관계자는 “전기차·수소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차체 중량 감소, 부품 경량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화승소재의 친환경 소재 TPV(열가소성 가교 엘라스토머)를 적용한 웨더 스트립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