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그랜저의 올해 국내 판매량이 벌써 10만대를 넘어섰다. 올 한 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기록되며 기아(000270) 쏘렌토에 빼앗긴 ‘국민차’ 명성을 되찾을 전망이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해 1~11월 내수 시장에서 10만4652대 판매됐다.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긴 자동차는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린 모델로 평가받는다. 2021~2022년 2년간 국내에서 10만대 넘게 팔린 자동차는 없었다. 승용차 기준으로 2021년 최다 판매차는 그랜저(8만9084대), 2022년 최다 판매차는 쏘렌토(6만8902대)였다. 그랜저는 올해 12월 실적을 포함하지 않고도 이미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그랜저는 작년에 쏘렌토에 약 2000대 차이로 뒤지며 연간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풀체인지(완전변경) 신차 효과에 힘입어 내수 판매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내수 판매 2위는 현대차 포터(9만1622대), 3위는 기아 쏘렌토(7만7743대), 4위는 기아 카니발(6만4552대), 5위는 기아 스포티지(6만4010대)다. 이어 현대차 아반떼(6만222대), 기아 봉고(5만9104대), 기아 셀토스(4만7079대), 기아 레이(4만6676대), 현대차 싼타페(4만3661대) 순이었다.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완전변경이었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일자형 램프), 1세대 ‘각 그랜저’를 오마주(프랑스어로 존경, 존중)하는 디자인 등으로 차 내외부를 확 바꿨다. 신차 출시 초기 잦은 무상수리와 리콜로 체면을 구겼으나 ‘경쟁차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준대형 세단에서 그랜저와 경쟁하던 쉐보레 임팔라와 르노코리아자동차 SM7은 몇 년 전 단종했다. 국산차 중에서는 그랜저와 기아 K8만 경쟁하는데, 그랜저는 수십 년간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역사를 바탕으로 K8 판매량을 압도한다. 수입 준대형 세단은 가격이 그랜저보다 통상 수천만원 비싸다.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가 강하다는 점도 그랜저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패밀리카(가족이 함께 타는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중형 세단 쏘나타를 샀다면, 요즘은 보다 넓은 그랜저를 사기 때문이다. 2005~2016년엔 아반떼와 쏘나타가 연간 내수 판매 1위 자리를 나눠 가졌으나, 2017년부터는 그랜저가 내수 판매 1위를 이어받았다. 작년 쏘렌토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2017~2021년 5년 연속 내수 판매 1위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세단인 그랜저가 내수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준중형·중형 세단 수요 감소에도 크고 넓은 준대형 세단의 인기는 공고하다고 본다. SUV보다 승차감이 좋은 세단을 선호하는 수요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입차에서도 올해 1~10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준대형 세단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9119대)였다. 2위도 준대형 세단인 BMW 5시리즈(1만7010대)였고, 4위는 준대형 세단인 아우디 A6(6820대)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