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리콜(생산 기업이 상품을 회수해 결함을 교환·수리하는 제도) 대수도 크게 늘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상반기 미국 시장 판매량은 42만5847대, 기아 판매량은 39만4333대다. 두 회사 합산 판매량은 82만180대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에 이은 4위의 기록이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148만9118대를 미국에서 팔아 일본 혼다(146만6630대)를 밀어내고 5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5위를 유지한 가운데, 혼다와의 격차를 약 49만대로 늘렸다. 올해는 4위까지 순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성과의 배경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다. 차종별로 현대차는 투싼(10만591대), 아반떼(7만4738대), 싼타페(6만1142대)의 판매가 많았다. 기아는 스포티지(7만1889대), K3(6만2061대), 텔루라이드(5만5284)가 많이 팔렸다.
두 회사의 친환경차 판매량(13만3171대)도 상반기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기차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4% 증가한 3만8457대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9만4609대로 전년대비 69.2% 늘었다.
판매 호조에도 수백만대의 리콜은 불안 요소다. 대규모 리콜은 소비자가 ‘품질이 나쁜 차’로 인식할 여지가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4월 카니발 5만1000대를 리콜했다. 미닫이 문 센서 오작동으로 승객이 상해를 입은 사례가 9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카니발을 비롯해 현대차 싼타페, 싼타크루즈 등 58만대는 견인 연결고리 결함으로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을 진행했다. 기아 텔루라이드, K5 22만1000대에서는 2열 사이드 에어백이 충돌 사고 후 제대로 터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투싼, 쏘나타, 아반떼, 기아 쏘울, 스포티지 9만1000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정차 중 시동을 꺼 연료소모를 줄이는 ISG 오일펌프 속 부품이 과열돼 화재 가능성이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337만대에서 전자제어유압장치(HECU) 내 브레이크액 누출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발견됐다. 현대차에서 21건의 발열 사례가 보고됐고, 기아는 10건이 있었다. 이 결함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다. 대상 차종은 현대차 아반떼,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하이브리드, 엑센트, 그랜저, 벨로스터, 싼타페, 에쿠스, 베라크루즈, 투싼, 투싼 퓨얼셀(수소차), 싼타페 등 164만대다. 기아는 K9, K7, K5 K3, 모하비, 스포티지, 쏘렌토, 카렌스, 쏘울, 리오 등 173만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국 시장 선전이 기여한 덕분”이라며 “대규모 리콜에 따른 비용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2조9044억원의 비용을 지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