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 용인시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 B동 지하 4층에 위치한 현대차(005380)·기아(000270) 인증 중고차 센터에는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을 입은 쏘나타, 그랜저, 코나 등이 중고차로 수십 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차 위로는 ‘현대 서티파이드(Hyundai Certified·현대차 인증)’, ‘기아 인증 중고차’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현대차·기아는 다음 달부터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를 우선 온라인으로만 판매할 방침이다. 용인 오토허브는 매입한 중고차를 보관하며 상품성을 높이는 거점으로 쓴다. 오토허브는 여러 중고차 사업자가 모인 매매단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월 오토허브에 약 1만㎡ 전시장을 임차했다.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중고차를 계약하면 이곳에서 출하된다.
이곳에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차급 중고차가 많이 보였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일자형 램프)를 장착한 현대차는 출시일이 1년 이내인데, 일자형 램프를 단 그랜저(작년 11월 출시), 코나(올해 1월), 쏘나타(올해 4월)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올해 3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아반떼도 보였다.
기아 센터에도 작년 9월 출시된 부분변경 레이, 작년 7월에 나온 부분변경 셀토스가 도열해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출고 기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중고차를 판매 대상으로 삼는다.
익숙한 신차들 사이에서 현대차 벨로스터N이나 기아 쏘울처럼 단종한 차들도 눈에 띄었다. 제네시스 G90, 기아 K9, 전기차 아이오닉5·EV6 등 웬만한 현대차그룹 차들이 다 보였다. 차체 외관에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라고 적힌 코나·캐스퍼, ‘현대 모터 스튜디오 하남’이라고 적힌 넥쏘도 있었다. 시승차로 쓰던 차들이 인증 중고차 센터로 넘어온 것이다. ‘하’, ‘호’ 번호판을 단 차들도 보였는데, 이는 현대캐피탈이 취급하던 법인용 렌터카를 현대차·기아가 매집한 것이다.
일부 중고차에는 ‘실내 퓨즈박스 배선 제거 필요’, ‘조수석 도어 트림 들뜸’, ‘삼각대 보충 필요’, ‘조수석 리어 카펫 곰팡이’, ‘타이어 밸브 캡 없음’, ‘운전석 도어 트림 하단 오염’, ‘타이어 공기압 부족’, ‘후드 이물’, ‘워셔액 보충 필요’ 등의 글자가 적힌 메모지가 조수석 시트에 놓여 있었다. 상품화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적은 것이다. 한 K5 중고차에는 화살표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도장이 미세하게 벗겨져 있었다.
현장에는 이미 상품화 작업을 끝내고 즉시 판매 가능한 차들도 보였다. 세차가 완료되지 않은 다른 중고차와 달리 유리막 코팅이나 고체 왁스 같은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광을 내고 있었다. 1m 남짓한 거리에서 차를 한 바퀴 돌아봤을 땐 신차와 다름없어 보였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헤드램프 등에 있는 생활 기스가 보였다. 일부 중고차는 타이어가 새 제품이었다. 자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운다고 한다.
현대차·기아는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기로 했다. 고객이 타던 차를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해 주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Trade-in)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공급과 적정 가격의 중고차 매입이 지속되면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