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 노동조합이 동력계(PT)를 포함한 완성차 주요 공장 3곳(광명·화성·광주)에 대한 생산 특별근무(특근)를 10월 1일부로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특근을 중단하면 최근 출시한 신형 쏘렌토 등 인기 차종에 대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홍진성 지부장 주재로 전날 지부·지회 긴급임원회의를 소집해 다음달 1일부터 생산 특근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노조는 상무집행위원 긴급 결의대회를 열어 노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파업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아 노조가 특근 중단, 총파업 등에 나서면 신형 쏘렌토, 카니발, 셀토스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아 노조는 금속노조 파업 지침에 따라 지난 5월에도 2일간 하루 4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당시 기아는 국내 전 사업장에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공시했다. 약 2700대가 생산 영향을 받았다. 기아 광주공장(오토랜드 광주)의 하루 생산량 2100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기아 노조의 특근 중단 결정은 지난 14일 10차 본교섭 시작 10분 만에 홍 지부장이 사측 제안서를 찢어버리고 교섭장을 박차고 나온 뒤 이뤄진 것이다. 홍 지부장은 “사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후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약 2조1699억원·조합원 1인당 평균 6000만원)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특근개선지원금, 복지 확대 등도 요구에 포함했다. 단산 차종에 대한 후속 차종 생산, 동력계(PT) 부문 고용 안정을 위한 친환경차 핵심 부품 사내 공장 유치 등도 쟁점 사항이다.
사측은 현대차(005380) 이상의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요구안도 과도하다고 본다. 사측은 교섭의 전제로 단체협약상의 고용세습 조항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 중이다. 고용세습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내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처럼 기아 노조도 성과급의 규모가 교섭의 관건”이라며 “정년연장 등은 성과급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아 노사 협상 타결은 최악의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말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노노(勞勞)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노조 집행부) 선거를 겨냥한 제조직간의 감정싸움과 폭로전, 노조 흠집 내기를 위한 억지 주장으로 현장이 멍들어 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