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노동조합(노조)이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는 탓이다.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이 유력한 현대차그룹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연간 목표 실적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 30일엔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파업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조는 협상 교착이 길어지면 언제든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에 소속돼 있는 현대모비스 노조(모비스위원회)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는 지난달 31일 사측과의 9차 본교섭 직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8일엔 조합원 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아 광주공장 생산라인. /기아 제공

이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공통으로 요구한다. 400만원의 특별성과금도 달라고 한다.

별도 요구안은 회사마다 다르다.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 900%에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하게 평생사원증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평생사원증 제도는 2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퇴직하면 2년마다 신차 가격의 25%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기아 노조는 정년 연장과 함께 신규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주 4일제 도입을 별도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7조8306억원, 기아는 6조277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9.5%, 63.4%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9% 늘어난 1조819억원을 기록했다.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연간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6.5~7.5%에서 8~9%로 높였다. 이에 따른 연간 영업이익은 13조~14조7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아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를 당초 9.5%에서 11.5~12.0%로 상향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에서 11조5000억~12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현대차 전주공장 엔진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올해 노조가 파업하면 역대 최고 실적을 목표로 하는 회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 7월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는데, 당시 2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7월말 기준 현대차 국내 재고는 약 15일, 해외 재고는 약 40일이다. 파업으로 생산이 멈추면 국내 판매부터 당장 영향을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한달 기준으로 평균 생산량의 10% 이내면 협상 타결 후 잔업과 특근 등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파업이 이보다 길어지면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KB증권은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11만6000대의 손실이 발생해 매출은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조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9월에는 생산 정상화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추석 연휴 전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