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Y 등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LFP배터리는 전기차 주류로 여겨지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배터리) 장착 전기차보다 저급 제품으로 취급받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주로 중국산 전기버스 등에 사용하는 LFP배터리가 전기 승용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의 뒷바퀴 굴림(RWD·후륜구동) 모델이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달 14일 국내 출시한 이 차는 중국 CATL의 LFP배터리를 탑재한다. 1회 충전으로 350㎞를 달려 삼원계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Y 롱레인지(511㎞)보다 주행거리가 짧다. 그런데도 모델Y 롱레인지(787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가격(5699만원)이 저렴해 초기 계약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G모빌리티(003620)는 다음달 출시하는 토레스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LFP배터리를 얹는다. 차급이 낮은 기아(000270) 니로EV(4855만원부터)와 가격이 비슷해 직접 경쟁이 예상된다. 토레스EVX는 최저가 트림 가격이 4850만원부터 시작한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433㎞(18인치 앞바퀴 굴림 기준) 주행한다.
기아도 다음달 출시하는 레이EV에 중국 CATL LFP배터리를 넣는다. 1회 충전으로 최대 210㎞(상온, 복합)를 달린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가 예상된다.
LFP배터리 전기차는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다. 원재료 가격이 비싼 니켈과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과 철을 중심으로 제조해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은 곧 전기차 가격으로 통한다.
LFP배터리는 불안정한 니켈을 쓰지 않고, 화학 구조가 삼원계보다 안정적이라 화재 위험도 적다. 육면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올리빈(Olivine) 구조여서 원자가 층층이 배열되는 삼원계보다 안정성이 높다. 다만 LFP배터리를 탑재한 비야디 전기차 화재도 수차례 발생해, 화재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볼 수 없다. LFP배터리도 가연성 전해액을 갖고 있는 탓이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이다. 때문에 삼원계배터리 전기차와 동등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내려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가뜩이나 무거운 전기차 무게가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겨울철 등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