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공룡들이 올해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하고 나섰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전기차 대명사’ 테슬라의 상황과 정반대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가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1조1209억엔(약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다. 도요타는 일본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이 1조엔을 돌파한 회사가 됐다.
분기 실적을 공개한 완성차 회사 중 영업이익 2위는 폭스바겐그룹이다. 전년 대비 24.7% 증가한 56억유로(약 8조원)를 기록했다. 3위는 현대차(005380)·기아(000270)로 전년 대비 46.5% 증가한 7조6409억원, 4위는 메르세데스-벤츠그룹으로 8.0% 증가한 50억유로(약 7조1000억원)다.
반면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4억달러(약 3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매출은 47% 늘었지만, 적극적인 가격 할인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9.6%로 전년(14.6%) 대비 5%포인트(P) 축소됐다. 도요타(10.6%), 벤츠 승용 부문(13.5%), 현대차·기아(11.2%)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 실적이 좋은 배경에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컸다. 전기차 전환이 더딘 도요타의 경우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위주의 제품군으로 사상 최고 실적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도요타는 올해 2분기에 254만대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전기차는 2만9000대에 불과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많아 영업이익이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포드는 올해 2분기 전기차 사업부(포드 모델e)가 10억8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지만, 내연기관 사업부(포드 블루)가 23억1000만달러, 상업 사업부(포드 프로)가 23억9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각각 거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업계는 글로벌 자동차 공룡들이 테슬라발 가격 인하 경쟁을 견디는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의 수익성이 견조하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가 투자 회수기에 진입하며,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4~5%에서 평균 8%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다수 자동차 회사들이 올해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매출 성장률을 종전 10.5~11.5%에서 14~15%로, 영업이익률을 6.5~7.5%에서 8~9%로 높여 잡았다. 기아도 연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9조3000억원에서 11조5000억~12조원으로 상향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84억~99억달러에서 93억~107억달러로 높였고, 포드도 순이익 전망치를 90억~110억달러에서 110억~120억달러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