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 서울에서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행사에 참석해 “과거의 여정을 살펴보며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고자 했다”며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이신 정주영 선대회장님의 말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회 개최 기념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복원 차를 국내 첫 공개했다. 포니 쿠페는 앞선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포니 쿠페는 ‘비운의 모델’로 불린다. 포니는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반면, 포니 쿠페는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니의 시작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1973년 말 이탈리아 토리노에 방문해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84)를 직접 찾아가 “현대를 위해 자동차를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하며 포니와 포니 쿠페가 탄생했다.
포니는 출시 직후 1976년 국내에서 44%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고, 국산 자동차 첫 수출 기록을 썼다. 반면 포니 쿠페는 1979년 석유파동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영 환경 악화로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선진 시장 수출 전략 차종으로 양산 직전까지 개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포니 쿠페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회장이 진행했다.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가 복원 작업을 맡았다. 차체와 엔진, 실내까지 1974년 당시와 완전히 똑같이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차체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을 갖고 있다. 길이 4080㎜, 폭 1560㎜, 높이 1210㎜다.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340㎜다. 1238㏄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 출력은 82마력이다. 실내는 거대한 기어 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와 당겨서 내리는 사이드 브레이크, 둥글게 돌려서 여닫는 창문 손잡이가 눈에 띈다. 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정의선 회장은 포니 쿠페를 복원하고 포니의 시간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과거의 여정을 살펴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께서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국토에 도로를 재건했고, 정세영 회장님께서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며 국산화에 힘써 자동차 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기반을 다졌다”며 “정몽구 명예회장님께서는 기술 독립과 풀 라인업 완성을 통해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를 인체의 혈관에, 자동차를 혈액에 비유한 할아버지의 말씀이 아직 기억난다”며 “(현대차그룹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선대회장의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선대회장(정주영)님의 인본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명예회장(정몽구)님께서 품질과 기본을 강조하신 것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삶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포니의 시간 전시회는 1970~1980년대 일상과 포니, 포니의 파생 모델 포니 픽업·포니 왜건, 포니 쿠페 등을 실물로 전시한다. 포니와 포니 쿠페에서 각각 영감을 받은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 스포츠카 ‘N 비전 74′도 전시된다. 오는 9일부터 8월 6일까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