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취임한 콘야마 마나부 신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한국어 공부에 빠졌다. 국내 반일(反日) 감정이 수그러들면서 도요타·렉서스 판매량이 반등하는 가운데, 마나부 사장의 적극적인 친한(親韓)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TOYOTA는 외래어표기법상 ‘도요타’로 쓰는 것이 맞지만,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법인명으로 ‘토요타’를 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도요타 신차 ‘크라운’을 출시하는 행사를 열었다. 마나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약 5분간 한국어로 연설했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도요타 신차 ‘크라운’ 출시 행사에서 한국어로 연설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도요타 신차 ‘크라운’ 출시 행사에서 한국어로 연설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수입차 기업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자간담회 등 공식 행사에서 “안녕하세요” 정도의 간단한 인사말만 한국어로 말하는 것과 달리, 마나부 사장은 제법 긴 시간 동안 한국어로 말했다. 군데군데 외국인의 어색한 발음이 들리긴 했으나, 자막 없이 들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억양이었다.

마나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신차 크라운이 1955년 출시된 이래 69년간 생산된 도요타의 최장수 모델이며, 도요타는 ‘이동 가치 확대’라는 비전을 토대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나부 사장은 한국어로 “도요타다운 전동화, 지능화, 다양화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중심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한국 분들께 다양한 전동화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다양한 모빌리티 가치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신형 크라운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나부 사장은 이번 출시 행사에서 한국어로 발표하기 위해 약 한 달간 한국어 발음을 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된 한국어 문장을 들으며 한 문장씩 따라 말하는 방식이었다. 마나부 사장은 매주 한글 과외도 받는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마나부 사장의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나부 사장은 취임 이후 ‘친한’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마나부 사장은 올해 2월 열린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4(RAV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출시 기념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약 2분 동안 한국어로 말했다.

마나부 사장은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이며, 문화면에서도 전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라면서 “역동적인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 있을 때도 비빔면, 순두부, 부대찌개, 파전 등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매년 연말 진행하는 김장 행사에 참석해 김치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성이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 제가 스스로 땀을 흘리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고도 했다.

도요타는 2019년부터 진행된 ‘노재팬(No Japan·일본 제품은 사지 않는다)’ 운동으로 몇 년간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노재팬 이전인 2018년에 국내에서 총 3만114대를 판매했는데, 작년에는 1만38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마나부 사장 취임 이후인 올해 들어선 노재팬 여파가 수그러들며 판매량이 늘고 있다. 올해 1~5월 판매량은 8307대로 작년 동기(4647대) 대비 7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