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전략 차종 XM3(수출명 아르카나)가 컨테이너에 실리자, 작업자들이 빠르게 밴드와 나무목 등으로 차를 고정했다. 이어 지게차가 특이하게 생긴 구조물을 컨테이너 안으로 옮겼고, 두번째 차가 그 구조물 위로 올라갔다. 마치 양손을 포개듯 겹쳐진 첫번째 차와 두번째 차 뒤로 마지막 차가 실렸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가 수출용 컨테이너에 적재되고 있다. /부산=박진우 기자

“이렇게 차 3대를 한 컨테이너에 실은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이선희 르노코리아자동차 완성차 물류 담당이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지난 16일 오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호지구 르노코리아차 부산공장 내 그린센터 옆 도로에서는 신차를 컨테이너에 싣는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 구역은 부산신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곳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산공장에는 유휴부지가 많아 어디서든 컨테이너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곳에 적재를 위한 이동식 구조물을 설치하고 선적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루 25대의 컨테이너 트럭이 XM3를 3대씩 싣고 부산신항으로 간다. 이렇게 4월부터 5월까지 2000여대가 프랑스 항구도시 르아브르(Le Havre)로 향했다. 이달에만 약 1700대를 더 보낼 예정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가 수출용 컨테이너에 적재되고 있다. /부산=박진우 기자

르노코리아차가 이런 컨테이너 수출을 결정하게 된 건 자동차 운반선의 이용 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탓이다. 비용을 지불해도 배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해운협회 등에 따르면 6500CEU급(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연 평균 1만6300달러 수준이었으나, 팬데믹 이후 7만2160달러로 치솟았다. 또 중국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배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담당은 “현재 건조 중인 자동차 운반선이 시장에 풀리는 2024년까지는 딱히 해결 방안이 없고, 그 이상으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어려워진 르노코리아차는 정부과 부산시 등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장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XM3의 생산지가 유럽으로 옮겨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량 한국에서 만든다. 부산 기업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르노코리아차가 흔들리면 부산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가 수출용 컨테이너에 적재되고 있다. /부산=박진우 기자

결국 대안으로 컨테이너 선적이 선택됐다. 그간 컨테이너 운송은 차체 손상 우려로 양산 신차의 운송 방법으로 선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차는 차체 손상 없이 신차를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전체 수출 물량의 10%를 컨테이너에 할애했다.

컨테이너 한 대에 실리는 XM3는 총 3대다. XM3보다 크기가 큰 QM6는 두 대가 최대 선적량이다. QM6의 경쟁차인 KG모빌리티 토레스도 2대 밖에 실리지 않는다. 컨테이너 가격은 정해져 있어 최대한 많은 차를 적재할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르노코리아차는 물류 협력사와 함께 컨테이너에 XM3 3대를 싣는 방법을 고안했다. 엇갈려서 차를 실을 수 있는 이 특수 구조물은 특허까지 받았다. 컨테이너 한 대에 3대의 XM3를 넣는 데에는 25분 정도가 걸린다.

XM3의 컨테이너 적재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구조물. /부산=박진우 기자

현재 컨테이너 수출 물량은 전량 프랑스로 향한다. 르노코리아차는 영국 등 다른 유럽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호주, 멕시코, 걸프만 등의 지역으로도 컨테이너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컨테이너 운송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최적의 방식이라는 게 르노코리아차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송은 공장에서 컨테이너에 싣고 항구에서 바로 배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다”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컨테이너 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