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으나 내수 실적을 이끈 그랜저는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10번의 무상수리와 2번의 리콜이 진행됐다. 출시 반 년도 안 된 차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랜저는 지난 21일 하이브리드 1만4316대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올해 3월 28일 사이 제작된 차들이 대상이다. 이 차들에서는 전자식브레이크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해 스마트크루즈를 사용하고 있을 때 경사로에서 정차하면 차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나타났다.

현대차 7세대 그랜저. /현대차 제공

하루 앞선 20일에는 그랜저 일반 모델과 하이브리드 등 3만6582대에 대한 무상수리가 시작됐다. 이 차들은 전방충돌방지보조(FCA) 기능이 민감하게 작동하는 걸 막는 설계가 미흡해 저속 주행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차가 갑자기 멈추는 문제가 발견됐다.

그랜저에서 나타나는 무상수리와 리콜은 올들어 총 12번이다. 이달에만 무상수리와 리콜이 각각 2건씩 있었다. 엔진컨트롤유닛(ECU), LED램프, 도어핸들터치센서, 파워트렁크, 차체제어장치 등 문제 부위도 다양하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대표 제품으로, 올 1분기 현대차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데 큰 역할을 했다. 1분기 현대차의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승용 판매 비중은 각각 24.9%, 36.5%였으나, 그랜저가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은 승용 판매 비중이 40.1%로 높았다. 윤태식 현대차 IR팀장은 “국내 시장은 부품 수급 이슈 완화에 따른 생산 증가와 전년 4분기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판매 본격화로 역대 최대 1분기 판매를 달성했다”라고 밝혔다.

그래픽=정서희

중요 차종인 그랜저에서 품질 문제가 반복되면 향후 판매 가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는 현대차의 기함으로, 일정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기대가 있다”며 “초기 품질 문제는 주력 소비층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그랜저에서 불거지고 있는 품질 문제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결함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개발하며 소프트웨어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렸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결함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 품질 문제 중 기계적 수리나 부품 교환이 필요한 무상수리·리콜은 전체 12건 중 4건뿐이다. 나머지 8건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업계는 이런 문제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차(SDV)’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는 이전 현대차에 비해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진 제품으로, 향후 이런 품질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수출 모델에 신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그랜저로 먼저 테스트해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