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다음달 출시하는 기아(000270) 전기차 EV9을 시작으로 구독 경제를 본격화한다.

3일 기아에 따르면 EV9은 여러 옵션을 구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동열 기아 국내마케팅실 상무는 지난달 30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기아 커넥트 스토어 론칭을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디지털 기능도 구매할 수 있는 진정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EV9은 우선 최대 토크를 높여 차가 더 빨리 달리게끔 하는 ‘가속 부스트’를 구독 옵션으로 출시한다. 사륜구동(4WD) 모델만 이 옵션을 구독할 수 있다. EV9 사륜구동은 최고 출력 283㎾(385마력), 최대 토크 600Nm의 성능을 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초다. 부스트 옵션을 구독하면 최대 토크가 700Nm로 오르고, 제로백이 5.3초로 단축된다. 상위 모델인 EV9 GT-라인과 출력이 같다.

기아가 지난달 30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EV9를 공개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모델별 상세 옵션 구성과 월 요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저렴하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EV9 GT-라인은 출력 상승과 함께 범퍼와 휠, 루프랙(짐을 얹을 수 있는 틀) 디자인을 차별화한다. 기본 모델보다 차값이 비싼데, 디자인 특화 없이 출력 상승만 원하는 소비자는 저렴한 기본 모델을 사고 대신 구독으로 출력 상승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구독 요금이 비싸면 대부분이 EV9 GT-라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가속 부스트는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만으로 활성화한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도 이 기능을 속속 출시하는 추세인데, 테슬라는 모델3 롱레인지와 모델Y 롱레인지의 제로백을 0.5~0.6초가량 단축하는 가속 부스트 옵션을 2019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운영 중이다. 2000달러(약 260만원)를 내면 영구적으로 기능을 활성화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11월부터 북미에서 전기차 EQE·EQS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대상으로 제로백을 0.8초~1초가량 단축하는 가속 부스트 옵션을 구독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가격은 1년에 1200달러(약 159만원)다.

기아는 EV9에서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2(RSPA2) ▲라이팅 패턴 ▲스트리밍 플러스 등도 구독 상품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RSPA2는 차에서 내려 밖에서 리모컨을 통해 직각 주차, 평행 주차, 사선 주차를 하는 기능이다. 라이팅 패턴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를 다채롭게 표출하는 것이고, 스트리밍 플러스는 차 안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기능이다. 주행 중 영상 시청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 정차·충전 중일 때 스트리밍 플러스를 활성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병철 기아 국내상품실장 상무는 “향후 자율주행 3단계에 맞는 법규가 제정되고, 안전 기술이 확보된 이후에는 주행 중에도 영상 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안정적이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구독 경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선 BMW가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 스토어’를 통해 사고 발생 시 전후 각각 20초 동안의 영상을 사방으로 자동 녹화하는 BMW 드라이브 리코더(월 1만5000원), 주차를 돕는 BMW 파킹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월 2만5000원) 등을 운영한다.

구독 모델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도 종종 받는다. BMW는 작년 7월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열선시트 월 2만4000원, 열선핸들 월 1만3000원의 구독료를 받겠다고 표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BMW코리아는 당시 “한국에선 열선시트·열선핸들에 구독 상품을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