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 보그워너는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는 터보차저 등의 기술로 꽤 알려진 회사다. 1928년 설립된 회사로, 전 세계 24개국에 93개의 제조공장과 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 중에서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25위를 기록했다. 보그워너는 4월 9일까지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수년 전까지 보그워너는 내연기관 기술에 특화해 왔으나, 최근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3월 보그워너는 투자의 날을 열고 ‘차징 포워드(Charging Foward)’ 전략을 발표하면서 당시 배터리 전기차 관련 사업 수익을 전체 3% 미만에서 2030년 4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최광웅 보그워너 한국지사 대표이사 사장. /박진우 기자

보그워너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업들 중 하나다. 앞서 2020년 6월 보그워너는 창녕공장에 773만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통합구동 시스템의 생산라인을 증설했고, 지난해 11월에는 620억원을 들여 대구에 미래차 부품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최광웅 보그워너 한국지사 대표이사 사장은 “대국 외투법인 단지에 연구소를 착공했는데, 전기 모빌리티와 관련한 부품 개발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보그워너는 지금까지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M&A)했다. 2015년 전기모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품사 레미인터네셔널(옛 델코레미)을 12억 달러에 인수했고, 2020년에는 델파이 주식 전량을 33억달러(약 4조2800억원)에 인수했다.

보그워너 iDM. 현대차그룹 소형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2021년에는 독일의 고성능 배터리 제조사 아카솔 지분 89.08%를 확보했다. 최 사장은 “보그워너가 내연기관에 주력하다보니, 전동화 전환 시점에 전기·전자 기술이 부족했다”며 “레미와 델파이, 아카솔뿐 아니라 여러 유망 기업을 M&A해 핵심 기술력을 높여왔다”라고 말했다.

보그워너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제조 사업도 시작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지만, 보그워너의 장점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사장은 “충전부터 에너지(전기) 저장, 구동까지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부품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보그워너의 장점”이라고 했다.

보그워너 전동화 기술력의 대표 제품이 통합구동모듈(iDM)이다. 전기모터와 변속기, 인버터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현대차그룹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고효율 경량 구조를 택하고 있어 설계에 따라 전기차의 전면이나 후면 축에 간단히 결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보그워너의 모듈을 활용해 A세그먼트(소형차) 전기차인 현대차(005380) 캐스퍼 EV(가칭), 기아(000270) 레이 EV(가칭)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보그워너의 기술력은 iDM의 현대차그룹 공급으로 입증이 되는 것”이라며 “모터부터 변속기, 인터버 기술은 분야가 모두 다른 것인데, 모듈화했다는 게 보그워너의 장점이다. 이런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치 않다. 자동차를 옛날부터 다뤄왔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공급 중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용 배터리팩. /박진우 기자

소형 모듈로 유명해진 iDM이지만, 고객사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큰 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보그워너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보그워너는 소형부터 대형 상용차까지 모든 차급의 전동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엔진과 변속기, 인터버가 하나의 모듈로 집적된 구동계는 모두 iDM 하나로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DM의 제조시설은 창녕에 위치한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최근에는 유럽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도 꾀하고 있다. 대구 연구소 역시 한국에 설치돼 글로벌 시장을 모두 공략한다.

배터리팩 역시 현대차에 공급 중이다. 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보그워너의 기술이 쓰인다. 전기차든, 수소전기차든 배터리는 열관리가 중요한데, 보그워너는 이 분야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광웅 보그워너 한국지사 대표이사 사장. /박진우 기자

향후에도 전동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M&A 시도는 계속된다. 최 사장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며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기업도 찾고 있다. 한국 기업도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동화에 대한 보그워너의 비전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발표한 차징 포워드 전략이 성공리에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