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노사가 국내 사업장 내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 도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작년 중순부터 국내 서비스센터에 웨어러블 로봇을 시범 도입한 끝에 “편의성 부족으로 즉각 현장에 도입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현대차그룹의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했다. 현대로템(064350)이 2020년 해당 기술을 이전받아 상품 개선과 생산을 맡고 있다.

상반신 근력 보조 로봇 벡스(VEX)와 하반신 근력 보조 로봇 첵스(CEX)를 착용한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웨어러블 로봇 시범 도입 과정에는 상반신 근력 보조 로봇 벡스(VEX)와 하반신 근력 보조 로봇 첵스(CEX)가 현대차 정비소 곳곳에 투입됐다.

벡스는 근로자가 구명조끼처럼 착용하면 6㎏의 근력을 더해주는 기기로, 머리 위 작업 환경에서 장시간 팔을 들어 올리는 작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작됐다. 70~100도 각도에서 작동한다. 무게는 2.5㎏이다. 첵스는 최대 150㎏ 체중을 버티는 무릎 지지대로, 앉는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55·70·85도 등 3가지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는 기기로 개발됐는데,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도 시범 도입에 동의해 일단 정비직에서 우선 도입을 추진했다. 차를 들어 올려 하부를 살펴보는 작업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벡스는 만족 9%, 보통 37%, 불만족 54%로 불편하다는 여론이 컸다. 첵스도 만족 11%, 보통 17%, 불만족 72%로 조사됐다.

현대차 하이테크센터 등 정비직 직원으로 구성된 정비위원회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현대차 최초 및 정비업계 최초로 웨어러블 로봇 도입을 (사측과) 합의하고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웨어러블 로봇의 상품성·편의성이 부족해 즉시 현장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불특정한 다양한 자세를 필요로 하는 정비 작업에 적합하지 않아, 웨어러블 로봇의 문제점을 사측과 논의하고 추후 상품성이 개선된 뒤에 재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국내 공장 웨어러블 로봇 도입은 시기가 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첵스와 벡스는 2018~2019년 개발된 상품인데, 기아(000270) 국내공장 일부 공정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등에 적용됐으나 국내 공장에서 적용은 늦춰지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된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2022년 9억5250만달러(약 1조2500억원)에서 2029년 119억9570만달러(약 15조7400억원)로 2022~2029년 연평균 4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테스트 의견들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선 및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