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제네시스의 신차 대기 기간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하고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차가 작년 11월 24종에서 이달 6종으로 급감했다. 소비자의 계약 취소가 쇄도했다는 의미다.

2일 현대차·기아의 3월 납기표에 따르면, 이달 기준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리는 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12개월), 베뉴(12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14개월), 포터EV(12개월), EV6(12개월), 쏘렌토HEV(16개월) 등 6종에 불과하다.

기아 EV6 GT라인. /기아 제공

작년 11월엔 아이오닉6(18개월), 투싼 디젤(13개월), GV60(12개월), GV80 가솔린 2.5 터보(30개월), 스타리아 카고 디젤(12개월), K5 하이브리드(12개월), 스포티지 가솔린(14개월), 카니발 하이리무진 디젤(12개월) 등 24종의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이었다.

GV80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대기 기간이 30개월에서 8개월로 특히 크게 줄었다. GV80은 작년 11월 연식변경으로 가격을 294만원 올려 대기 수요 이탈이 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GV80은 현대차 울산공장 21라인에서 생산하는데, 21라인의 백오더(주문대기) 물량은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21라인은 GV80과 함께 GV60, GV70, GV70 전동화 모델 등 제네시스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하는데, 내수와 수출을 더한 백오더가 작년 11월 12만대에서 지난달 9만여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후 한 달 안에 빠르게 차를 받을 수 있는 차종도 많이 늘었다. 작년 11월엔 현대차 코나N과 기아 모하비 등 2개 차종만 있었다. 이달 기준으로는 아반떼N, 제네시스 G90, 코나 가솔린, 팰리세이드 디젤, 넥쏘, 모닝, 레이, 스팅어, K9, 모하비 등 10종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금리 인상으로 수요는 꺾여 신차 공급난이 끝나가는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수입차 기업도 할인 공세를 벌이며 작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아우디 A6, 폭스바겐 티구안·제타, 메르세데스-벤츠 EQS, BMW 5시리즈 등이 할인에 나섰고, 올 들어 BMW i4, 지프 레니게이드·체로키·그랜드체로키 등도 줄줄이 할인을 선언했다. 체로키는 5990만원짜리 리미티드 2.4 FWD를 3990만원으로 2000만원(33%) 할인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엔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고금리로 신차 구입을 유예하는 소비자가 늘어 대기 기간이 확 줄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인기 모델을 제외하면 연내 자동차 공급이 거의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