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민성(남·34)씨는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다 최근 여행지에서 전기차를 빌려서 타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막상 며칠 타보니 충전이 너무 불편했다. 연비가 좋고, 충전 걱정이 없는 하이브리드카로 구매를 거의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충전이 불편하고 화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찾고 있다. 전기차처럼 구매 보조금은 없지만,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동시에 갖고 있어 효율이 좋고, 충전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차는 공영주차장 할인 등 여러 혜택이 있다. 하이브리차 시장의 강자는 기아(000270)와 도요타가 꼽힌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 제공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만9807대에서 지난해 12만3676대로 314.9% 성장했다. 수입 전기차는 같은 기간 2369대에서 2만3202대로 879.4% 판매가 늘었다. 이 기간에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국산이 142.1%, 수입차는 215% 증가했다.

증가율은 전기차가 높지만, 판매량은 하이브리드가 월등하다. 지난해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18만3915대가 판매돼 전체 친환경차(31만7927대)의 57.8%를 차지했다. 전기차는 23.2%(7만3873대)였다. 수입차 또한 하이브리드차는 8만7321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팔렸고 전기차는 2만3202대가 판매됐다.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기아(000270)의 독무대다. 지난해 쏘렌토가 4만9198대, K8 2만6372대, 스포티지 2만887대가 팔렸다. 이 부문 최다 판매 1~3위를 기아가 휩쓴 것이다. 이어 현대차(005380) 그랜저 2만543대, 기아 니로 1만9913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차는 한국토요타가 시장을 이끈다. 판매량을 보면 렉서스 ES가 4869대, 도요타 RAV4는 2696대, 렉서스 NX 1589대, 도요타 캠리 1205대, 시에나 1177대 순이다.

전기차 성격이 더 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도 관심을 모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콘센트에 충전 케이블을 꽂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양강 구도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BMW 5시리즈(2929대)다. 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없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제공

소비자의 하이브리드차 선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딜로이트가 펴낸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하이브리드카 선호는 전기차 선호보다 약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진행된 글로벌 소비자 조사에서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선호도 차이는 각국에서 평균 약 2.3배의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하이브리드차 선호율이 48%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40%, 인도 32%, 동남아시아 32%, 미국 28% 순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소로 충전 소요시간과 주행거리, 비용 등을 꼽았다.

국내 수입 하이브리드카 판매 1위 렉서스 ES300h. /렉서스 제공

김태환 한국딜로이트 자동차산업 리더는 “전기차 저변이 확대되려면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대세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는 아직 전기차를 망설이고 있다”며 “그 대안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두루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카가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