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기검사의 주기를 연장하는 안건이 규제 개혁 심판대에 오른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자동차 정기검사 주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정기검사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모든 자동차 소유자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나 지정 정비업소를 방문해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 승용차는 신차 구입 4년 후 첫 검사를 받고, 이후 2년마다 검사를 받는다. 다마스·봉고·포터·라보 등 크기가 작은 승합차·화물차는 신차 구입 이후 1년마다 검사를 받는다. 중대형 승합차·화물차는 차령에 따라 최소 6개월에 한 번이다.
정기검사는 헤드램프를 비롯한 등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제동장치가 정상인지, 배출가스나 소음이 허용기준에 맞는지 등을 살핀다. 불법 튜닝이 있다면 원상복구하도록 한다. 정기검사를 기간 내 받지 않으면 최대 60만원(지연기간 114일 초과)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1년 넘게 검사를 받지 않으면 운행정지명령에 처해지며, 운행정지명령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기검사 비용은 교통안전공단 기준으로 경형 1만7000원, 소형 2만3000원, 중형 2만6500원, 대형 2만9000원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정기검사 대신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포함한 종합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차급에 따라 3만~6만원대다. 민간 정비업소는 비용을 자율로 정하는데, 통상 교통안전공단 검사료보다 비싸다.
자동차 정기검사는 차량 결함을 확인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검사 시간이 10~20분에 불과해 형식적인 데 비해 검사료가 비싸다는 불만이 많다. 검사 주기 연장이 규제심판부 안건에 오른 이유다.
규제심판부는 “자동차 기술 발달과 성능 향상 등을 감안해 정기검사 주기를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 및 규제신문고 등을 통해 다수 제기됐다”며 “정기검사로 인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차종에 대한 정기검사 주기 합리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승용차 검사 주기는 2006년 개정 이후 약 17년간, 다마스·봉고 등 작은 승합차·화물차 검사 주기는 2004년 개정 이후 약 19년간 유지됐다. 외국과 비교하면, 승용차 검사 주기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다마스·봉고 등 작은 승합차·화물차는 규제가 과도한 쪽에 속한다. 프랑스·이탈리아는 승용차와 경소형 승합차·화물차 모두 신차 구입 4년 후 첫 검사를 받고, 이후 2년마다 검사를 받도록 한다.
규제심판부는 윤석열 정부가 만든 규제 타당성 기구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 규제 완화가 1호 안건이었다.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각 정부 소관 부처에 개선을 건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해당 부처가 규제 개선 권고를 별다른 이유 없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상정해 개선방안을 확정하게끔 한다.
정기검사 주기가 길어지면 매출에 타격을 입는 민간 정비업소들은 이번 안건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측은 “정기검사 주기 완화는 차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검사 주기 완화 시 부적합률이 증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어려우며 대기환경 개선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