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화재가 발생해 BMW에 ‘불 자동차’라는 오명을 가져다 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리콜(결함시정)이 사태 5년째인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BMW는 2만8383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작년에 생산돼 판매된 차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는 작년 12월 20일 새로운 EGR 리콜에 돌입했다. 앞서 2021년 11월 29일 발표한 22만 1238대의 리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문제가 있는 리콜 대상 차종이 또 발견된 것이다. 문제가 된 EGR은 2018년 6월 11일부터 2022년 3월 28일 사이 제작된 부품으로,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ERG 내 냉각수가 새 엔진 출력이 제한되거나 화재(열적 사건)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됐다.
대상 차종은 320d, 320d 투어링, 420d 쿠페, 520d x드라이브, 523d x드라이브, 620d x드라이브, X3 x드라이브20d, X4 x드라이브20d 등 총 17종, 2만8383대다. 생산 일자는 차종마다 다르지만, 2018년부터 작년까지 만들어진 차들이 대부분이다.
이 차들은 기존에 설치된 EGR을 개선된 것으로 교체한다. 또 EGR 파이프를 청소하고, EGR 쿨러 내 누수가 확인되는 경우 흡기다기관도 교체한다. 여기에 추가로 OBD(온보드진단기)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이뤄진다. 리콜 기간은 작년 12월 22일부터 1년 6개월로 잡고 있다.
BMW 디젤차 EGR 리콜은 지난 2018년에 보고돼 매년 수십만대의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만들어진 새 제품에도 문제 부품 사용을 지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BMW 관계자는 “개선된 EGR를 개발해 리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현재 BMW는 2021년 11월 29일부터 22만1238대의 리콜도 진행 중이다. 대상 대수가 워낙 많아 한꺼번에 리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부품 수급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애초 지난해 2월과 4~7월에 진행될 예정이던 이 리콜은 일정이 밀려 2월과 4월, 6월, 12월에 실시했고, 2만여대는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같은 차가 같은 부위 리콜을 네다섯 차례 받은 이력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모씨(남·46)는 “디젤차의 EGR이라는 장치가 어느 정도 소모품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문제가 있는 부품을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심지어 부품 수급 문제로 예약도 어렵다”라며 “동호회에서는 이 리콜을 폐차 때까지 진행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라고 말했다.
BMW코리아와 임직원은 2018년 주행 중 잇따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결함을 은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EGR 불량이 자동차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에 자료를 내지 않거나 관련 표현을 삭제한 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BMW코리아 임직원과 회사 법인의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 2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은 자동차 또는 자동차부품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자동차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만일 이를 위반하게 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