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20개월 이상 걸렸던 제네시스 GV80의 출고 대기 기간이 18개월로 줄었다. 16개월 이상이었던 GV70의 출고 대기도 14개월로 단축됐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계약 후 20개월 넘게 기다려야 했는데, 16개월로 대기 기간이 짧아졌다.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해소되고, 고금리로 자동차 신차 수요가 줄면서 출고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현대자동차 출고 대기기간 납기표’에 따르면 현재 회사 제품 중 출고가 가장 오래 걸리는 차는 제네시스 가솔린 2.5 터보(T)와 3.5 터보(T)로 18개월 이상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등 일부 옵션을 적용하면 출고 대기는 더 길어질 여지가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2개월 이상 짧아졌다.

제네시스 GV80. /현대차 제공

출고까지 20개월이 걸렸던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18개월을 대기해야 했던 전기차 아이오닉6 등은 출고 대기기간이 16개월로 단축됐다. 지난해 3월 이후 계약한 제네시스 GV70 등은 14개월(기존 16개월)로, 투싼 하이브리드 등은 12개월(기존 13개월), 전기차인 아이오닉5·GV60·일렉트리파이드 GV70(전기차) 등은 출고까지 12개월이 걸린다. 포터 EV(전기차) 또한 계약 후 출고에 열 두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예상 납기일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2~4개월쯤 줄어든 것이다. 업계는 2020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이 최근 일부 해소된 덕분에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공급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높아진 금리로 자동차 금융상품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신차 수요가 감소한 효과도 나타났다. 2020년 8월 0.5%였던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2.75% 포인트(p) 오른 3.25%로 뛰어올랐다.

그래픽=손민균

기준금리가 오르자 자동차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조달금리도 덩달아 뛰었는데, 현재 카드 할부 금리는 10%대에 달한다. 지난해 초에는 자동차 카드 할부 금리가 2%대였다. 일부 캐피탈사는 자동차 금융상품의 운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계약부터 출고까지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차종이 많아 출고 적체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그랜저의 경우 6세대 가솔린 2.5 모델의 출고 대기기간은 10개월로, 7세대 신형이 나오면서 이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구형 계약 소비자에게 신형으로 계약을 변경하도록 유도 중이다. 신형 그랜저 택시(영업용)의 출고일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차종은 올해 6월 말로 연장된 개별소비세 인하(5→3.5%) 혜택이나 전기차 보조금 등을 받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출고 대기 차종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라며 “이들 차종에 대한 혜택은 모두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 소비자 상당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