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첫 공장을 설립할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현대차(005380)가 사우디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사우디 산업광물부는 최근 사우디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사우디에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CKD는 자동차 부품을 목적지에서 조립해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대차가 중동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섭(앞줄 왼쪽) 현대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사우디 산업광물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우디 산업광물부 트위터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내연기관차 시대의 최고 수혜국이다. 기름을 넣지 않는 전기차와 상극으로 보이는데, 전기차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사우디는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해 2016년 ‘비전 2030′을 선포하며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핵심이 전기차다. 전기차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 중 하나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사우디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자동차 기업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 대만 폭스콘과 사우디의 합작사 시어(Ceer),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이노베이트 등이 있다.

루시드는 사우디 압둘라국왕 경제도시(KAEC)에 연산 15만5000대의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사우디 정부에 10년간 전기차 10만대를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루시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한데, 사우디국부펀드(PIF)가 루시드 지분 62%를 보유 중이다. 루시드 사우디 공장은 지난해 착공했다. 2025년 완공 예정이다.

폭스콘과 사우디국부펀드가 합작사로 세운 시어도 올해 초 KAEC에서 착공에 들어간다. 시어는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설립된 기업으로, BMW의 부품 기술을 활용해 2025년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시어 설립을 발표하며 “단순히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를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비전 2030에 맞춰 향후 10년간 사우디 GDP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겨냥해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개발할 예정이다.

중국 스타트업 이노베이트도 사우디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연산 10만대 규모 공장을 설립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현대차의 사우디 현지 생산은 시장 공략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 없는데, 현지 생산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불과 3년 전인 2018년에 전기차 수입을 허용할 정도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뒤늦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적어,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컨설팅기업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안잔 쿠마르 연구원은 “비전 2030과 전동화 목표를 위해 사우디는 내수 생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주는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바꾸고, 2030년 완공 예정인 신도시 네옴시티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운행하게끔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사우디 공장 건립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동 시장을 잡겠다는 목표다. 사우디는 2017년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며 자동차 판매가 증가 추세다. 데이터분석업체 CEIC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 승용차 판매는 2018년 연간 40만3857대에서 2021년 연간 55만6559대로 늘었다. 2021년 기준 점유율 1위는 도요타(28.4%), 2위는 현대차(16.6%)다. 마켓워치는 사우디 전기차 시장이 2023~2028년에 연평균 3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