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우편물류 배송용으로 시범운영하고 있는 2~3t급 중형 전기트럭 마이티 일렉트릭을 호주와 뉴질랜드에 수출한다. 현대차 배터리 전기상용차로는 최초다. 현대차는 ‘마이티 일렉트릭’ 상표를 이 지역에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여는 등 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트럭과 밴(VAN) 등 오세아니아 상용차 시장은 물류 수요가 늘면서 차급을 가리지 않고 성장 중이다. 호주 트럭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에서 판매된 트럭과 상용 밴은 총 4만1404대로, 전년인 2020년과 비교해 20.1% 증가했다.
애초 업계는 이 지역 상용차 판매가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폐쇄, 배송 지연, 지역간 이동 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반도체 가용성 부족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면서 물류를 위한 트럭 수요가 크게 늘었다. 호주의 경우 정부 인센티브 지원에 따른 건설 경기 호조로 트럭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중소형 트럭과 상용 밴 판매가 확대됐다고 한다.
오세아니아 상용차 시장은 일본과 유럽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히노, 이스즈, 후소 등 일본 상용차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볼보트럭,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켄워스 등 유럽 및 북미 브랜드는 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대차의 호주 판매사인 현대트럭 오스트레일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페닌슐라모터그룹의 딜립 쿠마르 대표는 코트라(KOTR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3년 간 현대차 트럭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해의 2배 이상 수량을 주문해 놓은 상태”라며 “한국 트럭에 대한 신뢰가 있고, 현지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전기 승용차와 상용차를 도입하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전기 트럭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BYD가 이 지역에 전기 트럭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상하이자동차 산하 LDV는 전기 픽업 트럭을 현지에 선보일 예정이다. 볼보트럭은 FL·FE 일렉트릭을 호주 물류회사인 팀글로벌익스프레스에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총 대수는 36대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이 시장을 노리고 전기 트럭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만 팔리는 1t 소형 전기 트럭이 아닌, 중형 트럭 마이티 일렉트릭이 오세아니아는 물론 글로벌 첫 진출 제품이 될 예정이다.
수출용 마이티 일렉트릭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배터리를 얹고, 오세아니아 교통법규에 맞는 우핸들을 적용했다. 7인치 인포테인먼트용 디스플레이와 다기능 스티어링휠, 전방충돌방지장치(FCA),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전자식에어브레이크시스템(EBS) 등의 편의·안전장치를 갖췄다.
이미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퓨얼셀이 진출해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최근 마이티 일렉트릭의 판매를 알리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내년 1분기에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앤디 싱클레어 현대차 뉴질랜드 총괄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티 일렉트릭은 소비자가 마이티에 서 느꼈던 장점을 갖고 있는 동시에 배출가스를 없애고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보여준다”라며 “화물을 적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은 20분의 급속 충전으로 100㎞를 달린다”라고 했다.
오세아니아에서는 1회 충전으로 300~400㎞ 주행이 가능한 상용차를 선호하는데, 마이티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200㎞ 수준인 게 약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뉴질랜드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지역에 판매되는 마이티 일렉트릭의 배터리는 114.5㎾h급으로 최대 240㎞(AER240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300㎞ 주행이 가능한 BYD 3.5t급 트럭 T5와 T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볼보트럭의 FL과 FE 일렉트릭 역시 한 번에 300㎞를 달린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면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늘고 있는 전기트럭 선호와 맞물려 현대차 마이티 일렉트릭에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