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BMW도 수소차 시장에 뛰어든다. 유럽연합(EU)의 수소충전소 설치 의무화 조치와 함께 수소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에너지 기업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 새로운 수소 연료 전지를 개발해 독일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대표적인 반(反) 수소차 진영에 속한 자동차 기업이었다. 지난 7월 사임한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만든 수소전기차를 보게 되는 상황은 없을 것”, “수소차는 기후 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폭스바겐의 특허는 수소차용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고분자전해질막·PEM)을 고분자가 아닌 세라믹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폴리머 연료전지는 백금을 소재로 쓰는데, 세라믹 연료전지는 백금이 필요하지 않아 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수소차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백금촉매가 불필요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2000㎞로, 이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는 2026년 출시 예정이다.
폭스바겐이 이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수소차를 생산하면 그룹 최초의 양산 수소차가 된다. 폭스바겐은 2014년 ‘골프 스포트왜건 하이모션’, 2015년 아우디 ‘H-트론’ 등 수소 콘셉트카를 공개했으나, 실제 양산에 돌입한 적은 없다.
BMW는 수소차 회의론이 퍼질 때도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답이 하나(전기차)보다 둘(전기차·수소차)이 낫다”며 수소차를 개발해 왔는데, 조만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수소차 ‘iX5′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2025년 양산 목표를 밝혔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다음 트렌드는 수소차일 것”이라면서 “수소차는 운전하기에 가장 ‘힙(hip)’한 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충전 속도가 빠르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을 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소차는 5분 내로 충전이 끝난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도 전기차 대비 길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는 소비자는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적합하다. 반면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하고, 같은 성능을 기준으로 할 때 전기차보다 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를 판매하는 기업은 현대차(005380)와 도요타 정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총 1만4400대에 불과했는데, 현대차 ‘넥쏘’ 판매량이 8499대로 점유율 58.7%를 기록했다. 이어 도요타 ‘미라이’가 2619대로 점유율 18.2%를 기록, 두 차종이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76.9%를 차지한다.
전기차와 비교하면 성장이 많이 정체돼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EU가 수소경제를 가속하는 것은 수소차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28년까지 유럽 주요 간선도로에 100㎞마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현재 약 150개인 EU 내 수소 충전소는 오는 2030년 150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도 2025년까지 수소차 10만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