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세단을 운전하는 A씨는 최근 차 스마트키를 잃어버렸다가 큰 곤란을 겪었다. 보조키까지 분실해 가까운 서비스센터에 문의했는데, 새 키를 받으려면 최소 두 달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수백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얘길 들은 것이다. 스마트키(Smart Key)는 키에서 나오는 전파를 이용해 키를 키박스에 꽂지 않고도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열쇠다.
지난해부터 모든 완성차 업체가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스마트키를 분실한 운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일부 수입차는 스마트키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새로운 키를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은 물론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경우도 많다. 특히 도요타와 렉서스는 스마트키를 모두 분실하면 전자제어장치(ECU)까지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수리 기간이 길고 비용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마트키를 분실했다고 해서 바로 ECU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벤츠는 한 시스템당 최대 8개 스마트키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해, 처음에 받은 스마트키를 잃어버려도 추가로 새로운 키를 받아 쓸 수 있다. BMW 역시 최대 9개까지 한 ECU에 키를 등록할 수 있다. 보안 규정이 까다로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두 개 이상의 키를 하나의 ECU에 연동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키 두 개를 분실해도 스마트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주요 수입차 중에서 도요타만 스마트키를 잃어버리면 ECU까지 교체하다 보니 일부 서비스센터 직원은 소비자에게 사설 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일본 본사로부터 해당 부품을 받아 ECU까지 교체해야 하지만, 사설 업체에서는 ECU 교체 없이 새 키를 만들 수 있다. 또 사설 업체는 별도로 차를 맡기지 않아도 수 시간 내에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한 사설 업체 관계자는 “도요타와 렉서스의 경우 보조 열쇠까지 분실하면 ECU를 완전히 교체하도록 하는데, 사설 업체는 차 안에 있는 데이터를 확인해 새로운 키에 해당 데이터를 코딩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수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공식 서비스센터가 기존 데이터를 삭제하고 완전히 새로운 ECU와 스마트키를 적용하는 이유는 보안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키에는 운전자의 정보가 포함돼 있고 차 도난 우려와도 관계가 있다”며 “스마트키 제작이나 정비와 관련된 내용은 모든 브랜드가 대외비로 관리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도요타가 지나치게 엄격한 보안 규정을 고수하고 있어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긴 수리 기간과 높은 비용 때문에 사설 업체를 찾는 사람이 있지만, 사설 업체에서 스마트키를 제작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 도요타코리아 측은 “서비스 어드바이저(서비스센터 직원)가 고객에게 사설 업체 이용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지속되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새 열쇠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