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계약하고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대기 기간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 모델은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2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신차 고객 상담을 위한 10월 기준 납기표를 딜러들에게 공지했다. 지난달 납기표와 비교하면 현대차와 기아(000270),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대부분 차종에서 대기 기간이 늘었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대기 기간이 기존 20개월에서 24개월, 그랜저 2.5 가솔린은 기존 6개월에서 7개월,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기존 5개월에서 7개월로 늘었다. 현대차가 지난달 말 출시한 첫 세단형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는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기존 20개월에서 24개월, 스포티지 가솔린은 기존 12개월에서 14개월로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 모델은 지금 계약하면 2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옵션으로 ‘2열 컴포트 패키지’나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하면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진다. GV80은 디젤 3.0 모델도 1년 4개월, 가솔린 3.5T 모델도 2년을 기다려야 신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이달 기준 대기 기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차종은 현대차 코나N 2.0터보(1개월), 쏘나타 2.0가솔린(2개월), 기아 모닝(2개월), 모하비(3~4주),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2개월) 등이다. 비인기 차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6개월 안팎을 기다려야 하고, 투싼, 기아 K5·K8 하이브리드 등 인기 차종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대기해야 한다.
차종별로 각각 차이가 있지만, 엔진제어장치(ECU)나 도메인통제장치(DCU) 등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부족이 주원인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가는 선루프와 스마트키 등에서도 수급난이 발생하며 동시다발적으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수요까지 늘면서 납기 지연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많다. 올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줄고 있지만, 적체 수요를 고려하면 수급난이 해소되는 데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부터 반도체 생산량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증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조적인 반도체 수급난은 2024년에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도 “늦어도 내년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2023년 중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