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수소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첫 수소경제위원회가 다음달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차 보급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래차 인프라가 배터리 전기차 중심으로 확충되고 있고,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소차 모델이 현대차(005380) ‘넥쏘’ 하나뿐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되는데,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수소가 운송 연료로 사용되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올해 수소차 보급 예산은 6677억원이다. 당초 9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책정됐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치면서 예산 규모가 줄었다. 수소 충전소 설치 지원 예산은 변함이 없지만, 수소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예산은 기존 6795억원에서 454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소차 보급 목표도 기존 2만7650대에서 1만7650대로 크게 줄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올해 1~7월 넥쏘 판매량은 5400여대로, 연간 판매량은 1만대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수소차 보급이 부진한 상황은 국내뿐이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는 2만대 수준으로, 수소차 모델은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 세 개에 불과하다.

현대차 공장에서 수소차 '넥쏘'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현대차 제공

구매 선택지가 적고 충전소가 부족해 수소차 판매가 부진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소의 물리적 특징을 고려할 때 운송 연료에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자 번호 1번 수소는 작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수소 원자는 크기가 작아 철도 통과한다. 수소가 철에도 스며드는 탓에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는 특수 재질을 활용해 제작한다. 이 때문에 수소차의 연료탱크뿐 아니라 수소 충전소의 고압 탱크를 제작하는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가벼운 수소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그만큼 부피가 크다. 부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소를 운반할 때 액화하는데, 수소를 액화하려면 영하 253℃까지 기온을 낮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소가 지닌 에너지의 30%가 냉각에 사용된다. 액화를 위한 비용이 상당하고 수소 에너지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수소가 친환경적인 연료인지에 대한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 논란도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큰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와 석유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수소차를 주행할 때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수소차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소경제가 친환경적이라는 전제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일부 유럽 국가에만 해당한다. 수소경제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이 독일인데, 바람이 많이 부는 독일 북부에서는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력이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다. 이런 잉여 전력을 활용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수소경제다. 남아도는 전력의 저장 수단으로 수소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독일의 해상 풍력 발전소 단지 모습./GOI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수소가 완전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수소의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잉여 전력 100Wh를 수소로 만들어 저장한 뒤 이 수소로 다시 만들 수 있는 전력량은 40Wh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소 생산 과정에서 손실이 크다. 그럼에도 독일에서는 발전기를 멈춰 세우는 것보다 수소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국내에서는 수소를 생산하려면 석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한다. 유럽에서 논의되는 ‘그린수소’와는 차이가 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용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는 “수소는 저절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원소 형태로 포함된 것을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다루기가 어려워 화학 공정 등 필수적인 곳에서만 고비용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라며 “수소의 생산, 저장, 사용 등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현실과 수소의 과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