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이 본사 제너럴모터스(GM)의 미래차 전략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업장이 더 많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GM의 주력 제품이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국GM이 생산 역량을 확대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생산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렘펠 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밀포드에 있는 GM 밀포드프로빙그라운드에서 열린 ‘US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더 높은 유연성을 요구한다”며 “생산 공장을 보는 관점에서 더 유연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기차 시대에 한국이 계속 GM의 생산 기지 지위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GM 밀포드프로빙그라운드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실판 아민(왼쪽)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GM 제공

렘펠 사장은 또 한국GM이 아직 본사로부터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기차 일감을 배정받으려면) 재무적인 관점에서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작업 현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GM은 지난해 1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받지 못하면 10여년 뒤에는 한국GM의 일감이 완전히 없어지는 셈인데, GM 본사는 아직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렘펠 사장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역시 “전기차 생산 기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오늘 발표할 것은 없지만, 모든 제반 요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했지만, 엔지니어링 등 연구개발과 관련된 한국의 역할은 높이 평가했다. 렘펠 사장은 “제조와 프로그램(연구과제)의 진행은 다른 것으로 보면 된다”며 “연구개발에 있어 우리(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는 북미팀과 협업해 다양한 과제들을 한국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민 사장 역시 “GMTCK는 글로벌 개발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고, GMTCK가 하는 일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위한 것으로, GM이 전체 미래 차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직후 쉐보레의 전기차 '블레이저EV'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실판 아민(오른쪽)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GM 제공

지난 4월 GM의 2인자로 꼽히는 해외사업부문 대표에 취임한 아민 사장은 이달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언제나 즐거웠다”며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일주일간 머물며 한국 직원들과 시장을 더 이해하고, 장단기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GM은 2025년까지 국내에 GM 산하 브랜드의 전기차 1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에 이어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이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아민 사장은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리릭뿐 아니라 캐딜락의 첫 전기 픽업트럭 ‘허머EV’와 쉐보레의 중형 전기 SUV ‘블레이저 EV’가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