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 ‘수퍼 크루즈’(Super Cruise)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주행하는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차가 통제권을 갖는 자율주행 레벨3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버밍엄에서 GM의 주행 시험장인 밀포드프로빙그라운드(MPG)까지 약 1시간 거리를 GM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주행하며 수퍼 크루즈를 사용했다. 수퍼 크루즈가 탑재된 차량이 일반 차량과 다른 점은 스티어링 휠(운전대)에 센서가 추가된 것 정도다. 스티어링 휠 위쪽에 운전자의 주의 수준을 색으로 표시하는 등이 부착돼 있고, 안쪽에는 운전자의 시선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달려있다.
수퍼 크루즈 기능을 사용하려면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일반 도로에서는 버튼을 눌러도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야 클러스터 아래쪽에 수퍼 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도로라는 표시가 뜬다. 수퍼 크루즈 버튼을 누르니 차가 스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운전대에서 양손을 뗀 후에도 차는 안정적으로 차선을 유지하며 설정 속도로 달렸다. 에스컬레이드의 차체가 크고, 주변 차로로 대형 화물차가 지나갔지만, 손을 떼고도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곡선 구간을 지날 때는 차가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차선을 이탈하지는 않았다.
앞 차 속도에 맞춰 차간 거리를 조정했는데, 지나치게 멀리 떨어지거나 너무 바짝 붙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차선을 바꾸고 싶을 때 운전자는 깜빡이만 켜면 된다. 깜빡이를 켜면 이동하려는 차선의 앞뒤 차량 간 충분한 간격이 확보된 이후에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꾼다.
주행 중 인상적인 것은 현재 주행하고 있는 차로에서 진행이 유독 느리다고 판단되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바꾸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추월 차로인 1차선이 비어있고, 차가 달리고 있는 2차선에 다소 정체가 발생하자, 차가 스스로 왼쪽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꿨다. 도로 상황도 민감하게 반영한다. 도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구간을 지날 땐 “공사 중이니 주행에 유의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운전대에서 손은 떼고 있지만, 운전자는 전방을 잘 주시해야 한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10초가 채 지나지 않아 스티어링 휠 위에 있는 센서등이 깜박이며 경고한다. 이후에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센서등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운전자 좌석에도 햅틱(진동) 경고가 온다.
이후에는 음성으로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통제하라”는 명령어가 나오고, 결국 비상등이 켜지면서 수퍼 크루즈 기능이 강제 종료된다. 한 번 수퍼 크루즈 기능이 꺼지면 차의 시동을 다시 켜지 않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GM은 내년까지 22대의 GM 차량에 수퍼 크루즈를 적용할 계획이다. 캐딜락 ‘CT6′에는 이미 수퍼 크루즈가 적용돼 있는데, GM에 따르면 CT6 운전자의 85% 이상이 “앞으로 차를 구매할 때 수퍼 크루즈가 장착된 차만 구매를 고려하겠다”라고 답변할 정도로 시스템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GM은 수퍼 크루즈보다 한 단계 높은 주행보조시스템 ‘울트라 크루즈(Ultra Cruise)도 공개했다.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 도로와 골목길 등 거의 모든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울트라 크루즈는 모든 주행 상황에 95% 이상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핸즈프리 시스템으로, GM의 고급 모델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