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에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을 적용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은 다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농기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농업에 특화된 전동화·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최근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 생산 시 배출되는 탄소량을 저감하기 위해 농기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고 전동화 전환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5일 발표한 ‘농기계 산업으로 확대되는 미래차 기술’이라는 보고서에서 “전동화·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힘입어 국내외 농기계 시장이 계속 성장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가 공개한 130㎾급 전기트랙터 프로토타입 '세삼(Sesam)'./존디어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농가 인구 고령화, 영농 규모 부족 문제로 농기계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와 유사하게 카메라와 초음파, 라이다 등의 센서를 탑재하고 커넥티비티 기술을 활용해 인력의 개입을 최소화한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을 운영할 수 있게 됐고, 농기계 산업에서도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국내 농기계 기업의 기술 수준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농기계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논과 밭의 작업 영역과 각종 위험물 등 환경을 인식하고 경로 생성·추종이 핵심인데 미국 존디어와 독일 AGCO, 일본 쿠보타, 톱콘 등 글로벌 업체는 이미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한 단계다.

반면 대동(000490), LS엠트론, TYM(002900)(옛 동양물산) 등 국내 농기계 전문업체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농기계 전동화 전환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은 아직 기술 축적 단계에 있다. 미국 존디어의 경우 2017년에 이미 130㎾급 전기트랙터 프로토타입 ‘세삼(Sesam)’을 공개했고, 일본 쿠보타는 내년 유럽 시장에 전기트랙터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국내 대동과 LS엠트론의 경우 소형 모빌리티용 전동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연구원은 “농기계 산업에서 자율주행·전동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농업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분야 기술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시장 형성을 위한 보조금 지원과 기존 노후 농기계 교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