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해치백·왜건의 무덤’으로 통한다. 유럽은 해치백·왜건의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선 ‘짐차’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에 현대차(005380), 푸조, DS오토모빌 등이 연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해치백의 전통 강자 폭스바겐 골프도 올해 초 신차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해치백과 왜건은 세단을 토대로 적재 공간을 보다 넓게 설계한 차량을 뜻한다. 해치백은 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다. 트렁크를 잘라내 차체 길이를 줄인 대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연결했다. 뒷좌석을 접어 큰 짐을 실을 수 있고, 세단보다 트렁크가 더 크게 열린다. 왜건은 세단의 트렁크 부분을 위로 끌어올린 형태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제네시스 제공

유럽은 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보니 적재 공간이 넓은 해치백과 왜건이 인기가 많다. 세단의 주행 성능을 유지하면서 적재 공간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만큼 넓혔다는 장점이 통한다. 반면 국내에선 뚱뚱하고 둔한 뒤태로 외면받았다. 해치백은 현대차 벨로스터·i30, 한국GM 아베오, 르노코리아자동차 클리오 등이 차례로 단종하며 국산차 중에선 벨로스터N·기아 K3 GT만 판매 중이다. 왜건은 현대차 i40이 단종하며 아예 맥이 끊겼다.

멸종 위기에 처한 해치백·왜건 시장에 최근 연달아 신차가 등장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가 왜건형 제네시스 G70을 출시하며 i40 단종(2019년) 이후 3년여 만에 국산 왜건을 재출시한다. 왜건형 ‘G70 슈팅브레이크’는 G70 세단을 기반으로 트렁크 공간을 40% 확대했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적재 공간이 1535리터(ℓ)에 달한다.

해치백 시장에선 푸조와 DS오토모빌이 출사표를 던졌다. DS오토모빌은 2018년 단종된 해치백 ‘DS4′를 부활시켜 이달 출시했고, 푸조도 세대교체를 끝낸 ‘푸조 308′을 이달 출시했다. 2013년 2세대 출시 이후 9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초 브랜드를 대표하는 해치백 ‘골프’의 8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디젤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된 2016년 7월 이후 6년여 만의 국내 복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SUV의 기록적인 호황으로 세단과 SUV의 중간 형태인 해치백·왜건도 한국에서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치백 무덤’이라 불린 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주공산인 이 시장을 선점하면 판매량 확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골프와 BMW 산하 해치백 전문 브랜드 미니(MINI)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박(차에서 숙박) 열풍으로 많은 차들이 차박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SUV는 세단보다 승차감이 좋지 않아 승차감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해치백·왜건이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서 “또 최근 골프 인기가 높아지며 골프백 4개를 넣을 만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골프백을 4개까지 넣을 수 있는 해치백·왜건 모델이 세컨카로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