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차 값은 다소 비싸지만 연료 효율이 좋은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연간 3만대 정도 판매되던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18만대가 넘게 팔렸다. 최근 유가 상승폭이 가팔라지면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더 늘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8만7000여대로, 경유차(8만2000여대)를 앞질렀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제외)를 많이 판매하는 브랜드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와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브랜드다. 운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늘어나면서 연비가 좋은 모델에 관심이 큰 데, 국산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 모델의 연비(환경부 인증 기준)를 비교해보니 대체로 원조 격인 일본 모델보다 국산 모델의 연비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싼 하이브리드

국산 모델의 연비가 더 좋은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 하이브리드 모델이 모두 전륜 구동(앞바퀴만 굴리는 방식)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비는 엔진 효율성뿐 아니라 구동 방식과 이에 따른 공차중량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일본 브랜드는 고급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경우 4륜 구동 방식이 많다. 바퀴 두 개만 굴리는 전륜 구동과 달리 바퀴 네 개를 모두 굴리는 4륜 구동 방식은 젖은 노면이나 오프로드에서 안정적으로 달리지만, 네 바퀴에 모두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차 무게가 무겁고 연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중형 세단의 경우, 국산 모델과 일본 모델의 경우 차체 크기가 비슷하고 모두 전륜 구동 방식인데 현대차와 기아 모델의 연비가 좋았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의 연비는 각각 리터당 19.1~20.1㎞인데, 도요타 ‘캠리’ 연비는 17.1~18.5㎞/L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17.5㎞/L다.

반면 준중형 세단과 준대형 세단의 경우 도요타 모델의 연비가 조금 더 높았다.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연비는 22.4㎞/L,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연비는 21.1㎞/L다. 현대차 ‘그랜저’는 일본 렉서스의 고급 세단 ‘ES’보다 연비가 떨어졌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연비는 15~16㎞/L, ES는 17㎞/L다.

차 길이(전장)가 5m를 넘는 대형 세단 기아 ‘K8′은 연비가 17.1~18㎞/L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체급을 가진 일본 브랜드 모델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인데, LS의 차체가 K8보다 100㎜ 더 길고 전륜 구동인 K8과 달리 LS는 4륜 구동이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LS 하이브리드 연비는 9.6㎞/L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도요타 제공

SUV 부문에서는 중형 SUV의 경우 국산 브랜드의 연비가 더 높다. 도요타의 중형 SUV ‘라브4′ 하이브리드 연비는 리터당 15.5㎞인데,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각각 16.2㎞/L, 16.7㎞/L다. 4륜 구동 방식인 고급 중형 SUV 렉서스 ‘NX’ 하이브리드 연비는 14㎞/L, 4륜 구동인 혼다 ‘CR-V’ 하이브리드 연비는 14.5㎞/L다.

준대형 SUV의 경우도 국산 브랜드는 전륜 구동이라 연비가 높다.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각각 14.3~15.3㎞/L인데, 체급이 비슷한 렉서스 ‘RX’ 연비는 12.8㎞/L다. RX도 4륜 구동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