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자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시멘트 운송이 중단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철강 운송량도 크게 줄었다. 수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는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길 반복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규모의 차이가 있었을 뿐 최근 몇 년, 해마다 반복됐다. 화물연대 조합원 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은 비조합원의 운송도 방해하는 방식으로 매번 국내 물류를 마비시켰다. 물류 차질에 따른 산업계 손실은 막대하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뉴스1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난이 산업 전체에 타격을 입히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산업계의 관심은 화물 자율주행 운송에 쏠리고 있다. 지금은 화물 수송, 배송을 위해 화물차 한 대에 최소 한 명의 운전자를 배정해야 하지만, 화물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선두 차량에만 운전자가 탑승하는 군집주행(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후행차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선행차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기술)이나 무인 운행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화물 수송에서 화물차(공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화물 수송의 92.6%가 화물차로 이뤄졌다. 철도와 해운을 이용한 수송은 각각 1.4%, 6.0%에 불과했다. 문제는 화물운송사업자 대부분이 영세한데, 노동집약적인 화물운송 사업 분야에서 인건비와 각종 규제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종사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운전자 부족 사태도 예상된다.

글로벌 상용차 업체들이 화물차 자율주행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화물운송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비싼 자율주행차를 구입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지출해야 하지만, 전천후 운행에 따른 효율성 증가, 인건비는 물론 운전자 피로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화물차 활용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운행시간 제한을 극복해 화물차 회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선두 차량에만 운전자가 탑승하는 ‘제한적인 군집주행’과 고속도로 등 정해진 지역에서만 무인 운행하고 진출입 지점에서는 운전자가 탑승하는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를 지나 2027년 이후 모든 구간에 무인 운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이 이뤄지면 화물 운송 비용이 약 45%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군집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화물차 운행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가 화물차 군집주행 기술 개발 성과 발표회를 열고, 화물차 4대가 80㎞ 구간을 군집주행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한국도로공사, 국민대, 현대차(005380), 카카오모빌리티 등 13개 기관과 이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차는 군집주행과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과 차별화된 센싱, 판단, 제어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대형트럭에 최적화된 10개 센서를 통해 돌발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현대모비스(012330)와 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협업해 물류 산업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국내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미국 자율주행 업체 오로라는 2023년 자율주행 트럭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