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가 7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가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5%인 2만여대에 불과해 당장 물류 대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생산 차질이 만성화된 완성차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물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사 및 부품사와 물류 업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이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당장은 보름 안팎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 물류에 가장 중요한 카캐리어(완성차 운반) 기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 수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이들이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소속 기사들의 운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가뜩이나 생산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면서 차 인도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각 영업점에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지난해 전국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울산, 아산공장과 화성, 서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수만개의 부품을 공급받아 한 개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완성차 업계의 특성상 부품 공급이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라인 전체를 멈춰 세워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공장을 셧다운하기 전에 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이른바 ‘공피치’로 대응하는데, 현장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피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소비자가 주문한 완성차를 실어 나르는 탁송에도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화물연대 소속 카캐리어분회가 파업에 돌입하면 완성차를 다 만들어놓고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엔 카캐리어분회가 장기간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출고대란이 이어졌다. 소속 기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동시에 화물차를 이용해 완성차 출고를 막으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의 완성차 출고가 전면 중단됐다. 당시 현대차는 새 차를 직접 운전해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완성차 업계의 물류난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그룹보다는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중견 업체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들 업체는 국내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로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상황인데, 물류가 마비될 경우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과적, 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일정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貨主)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까지만 시행하고 중단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내년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고, 현재 1만여대에만 적용하고 있는 이 제도를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