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는 현대차(005380)가 테슬라의 진출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친환경차(ZEV)만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경제력 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테슬라와 현대차의 가격 차이가 한국보다 적고, 애프터서비스(AS·사후 관리)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다음달 2일 정오부터 일본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 판매를 시작한다.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이다.

현대차가 도쿄 하라주쿠에 구축한 체험형 전시장 '현대 하우스 하라주쿠'에 아이오닉5가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요타·혼다 등 자국 차 수요가 많은 곳이다. 현대차의 재진출 전략은 친환경차(ZEV) 시장 공략이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국가지만, 전기차 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전동화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향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넥쏘를 앞세워 블루오션인 일본의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증가하는 점은 현대차에 고무적일 수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0년 일본에서 1900대를 판매했는데, 작년엔 이보다 174% 증가한 52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차량 판매 전략에서 ‘테슬라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 일본 시장 진출 당시 딜러망을 구축하고 직영 판매장을 개설했는데, 이번엔 테슬라처럼 계약과 결제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테슬라는 일본 내 경제력이 있는 도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데, 현대차도 일본에서 젊은 층 공략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일본 재진출을 선언한 뒤 관광특구 도쿄 하라주쿠에 체험형 전시장을 먼저 열었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카이 도쿄조사센터 선임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일본을 떠나 있던 13년 동안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고, 현대차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맞춰주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3년 전과 달리 아이오닉5가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일본에선 테슬라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하다. 국내에서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은 7429만원, 아이오닉5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가격은 4980만원으로 약 2450만원 차이가 난다. 반면 일본에서는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664만엔(약 6488만원)으로 국내보다 941만원 저렴하다. 일본에서 아이오닉5 롱레인지 보야지 판매가는 519만엔(약 5070만원)으로 국내와 비슷한데, 테슬라 모델3가 저렴한 탓에 가격 차가 1418만원으로 좁혀진다.

현대차는 일본에 오프라인 서비스센터가 없다. 현대차는 요코하마에 차량 시운전과 수리 등이 가능한 1호 ‘현대고객경험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완공 예정이다. 향후 센터 개점을 늘린다는 계획인데, 테슬라는 현재 일본에서 6곳의 매장과 8곳의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요시카와 마사히로 구마모토 가쿠엔대학 교수는 “현대차가 충분한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일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경·소형차 판매 선호도가 뚜렷한 지역이다. 과거 현대차의 일본 진출 패인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형차급 이상인 쏘나타, 그랜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다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까워 전장(차 길이) 4635㎜, 전폭(차의 폭) 1890㎜, 전고(차 높이) 1605㎜로 차체가 꽤 크다. 테슬라 모델3는 세단형에 가깝다. 전장은 4694㎜로 아이오닉5보다 길지만 전폭은 1849㎜, 전고는 1443㎜로 아이오닉5보다 전반적으로 차체가 작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