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차체1공장 조립라인. ‘티볼리’ ‘티볼리 에어’, ‘코란도’와 쌍용차의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6월 출시를 앞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J100(프로젝트명)’ 등 총 다섯개 모델 차체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차체가 들어오면 모델에 맞는 부품을 조립했다. 엔진을 장착한 하부 구조물이 차체와 결합한 뒤 각종 내부 부품이 조립되면 문과 창문, 범퍼와 타이어를 부착하고 마지막으로 차량에 전력을 공급할 배터리와 각종 오일류가 주입됐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조립1공장 모습./연선옥 기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 들어 쌍용차 판매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판매와 수출이 총 2만3000여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25% 늘었다. 덕분에 일감도 늘었지만 평택 공장은 아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2년째 법정관리가 이어지면서 직원 절반이 무급 휴직 중이고, 에디슨모터스의 인수합병(M&A) 시도가 무산된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만한 인수 후보군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청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서 쌍용차 직원들의 반성은 통렬했다. 변응연 조립1팀 기술수석은 “경쟁사 대비 차종이 적고 해외 영업망이 부실하다. 그렇다고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구 조직도 튼튼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직도 쌍용차는 노사 갈등이 가장 극심한 업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송영승 조립1팀 부장은 “2009년 사태의 기억이 굉장히 강하게 남아있어 쌍용차는 강성노조, 파업, 화염병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조립1공장 모습./연선옥 기자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당시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두 달간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가스통과 화염병을 던지며 이른바 ‘옥쇄 파업’을 벌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총파업에 나선 쌍용차 노조원과 화염에 휩싸인 평택 공장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

이후 쌍용차 노조는 총파업이 있던 그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고,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노사 분규 없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가장 심한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10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옥쇄파업을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해고된 근로자 34명이 지난 2020년 1월, 11년만에 복직하면서 쌍용차는 ‘민주노총의 회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인도 방문 때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이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입해 해고자 복직을 압박한 결과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조립1공장 모습./연선옥 기자

평균 나이 53세인 쌍용차 직원 대부분이 경험한 1990년대엔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도 작업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다. “평택 바닥에선 쌍용차 명함으로 술을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회사 신뢰도 높았다. 반면 지금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쌍용차 경력을 숨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변응연 기술수석은 “현장에서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좋은 차를 만들고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라며 “쌍용차가 살아남아 다음 세대가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직장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최근 출시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렉스턴 스포츠&칸’과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그리고 6월 출시 예정인 ‘J100′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한다는 입장이다.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J100 출시가 가능하겠느냐 의구심도 있었는데 이미 시범 생산에 나서면서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쌍용차 인수 후보자가 미래 청사진을 잘 그린다면 (회생을 위한 자구안 연장도)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