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명에서 삼성을 떼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RKM)가 코넥스 상장기업 디피코와 협력해 전기 상용차를 선보인다. 앞으로 강화되는 친환경차 보급 목표제의 과태료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달부터 새로 임기를 시작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의 첫번째 사업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와 디피코는 전기트럭 개발 및 판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소형 전기트럭을 개발하는 디피코는 적재량 650㎏급의 전기 화물트럭를 개발해 최근 완성단계에 있는데, 여기에 르노코리아의 마크를 부착하고 르노의 판매·관리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연간 1만대씩 5년간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수익금은 두 회사가 양분한다.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 이후 소형 트럭 시장은 현대차(005380) 포터와 기아(000270) 봉고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항마로 나서게 된다. 포터와 봉고는 지난해 각각 9만2218대(전기차 포함), 5만9729대가 팔렸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가 있다. 올해 초 환경부가 밝힌 ‘무공해차 보급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등 무공해차의 판매 목표 대수를 채우지 못한 완성차 제조사는 못채운 만큼 벌금을 내야한다. 벌금은 내년부터 대당 60만원으로 시작해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300만원까지 높아진다.
저공해차는 1종 전기·수소차, 2종 하이브리드차, 3종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액화석유가스(LPG)차·휘발유차로 구분된다. 지난해까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에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도 포함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무공해차로 범위가 좁혀지면서 1종에 속하는 전기·수소차만 목표 판매 대상으로 집계된다.
겨우 흑자로 전환해 경영 정상화의 길을 밟고 있는 르노코리아 입장에서 무공해차 판매 할당제는 당장 큰 부담이다. 르노 본사 역시 글로벌 환경규제 때문에 각 공장에서 친환경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최근 XM3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생산을 배정해 아직까지 추가로 친환경차 생산을 맡길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르노코리아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과의 협력까지 검토했으나 품질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가 전기 상용차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용차로는 디젤엔진 기반의 마스타밴과 버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대수는 연간 1200여대 정도다. 르노코리아가 판매중인 무공해차종은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소형 전기 SUV 조에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전부인데, 지난해 르노삼성의 판매량 가운데 트위지와 조에의 비중은 1.75%(1072대)에 불과하다.
디피코는 대한민국 판금명장이자 전 기아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국내 전기차 업체로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중국 지리자동차의 엠그랜드 EC7,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X55, 미국 코다 전기차(EV)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의 차량 개발을 맡아오다가 지난해부터는 직접 전기 차량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주력모델은 250㎏까지 적재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 화물차 포트로로, 롯데슈퍼, 대우조선해양, LS전선, 우정사업본부 등에 영업용 차량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약 600대가 판매됐다. 디피코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교대 기준으로 2만대 수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달 임기를 시작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 대표의 첫번째 프로젝트다. 드플레즈 신임 대표는 이번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와 디피코의 소형 전기트럭은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적재량 650㎏급 소형 트럭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약 260㎞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