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는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환경에서 운행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형화된 노선에 30여대의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15일 ‘자율주행차 산업현황과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국내 자율주행 산업은 미국, 중국 등 기술 선도국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 낮다고 지적하며 규제 개선 등 적극적인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조성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일원에서 자율주행차 운송 서비스가 시작돼 차량에 탑승한 관계자가 자율주행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뉴스1

연합회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6565억달러(약 81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2020년 시장 규모가 70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자율주행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낮고, 기업의 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축적한 주행거리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의 자율주행차는 각각 3200만㎞(2020년 기준), 2100만㎞(2021년 기준)에 이르는 주행 거리를 축적했지만, 우리나라 시범서비스 업체 전체의 주행거리 합계는 72만㎞에 불과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핵심인데, 축적 데이터에서부터 차이가 큰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 요건도 부족하다. 미국이나 중국 업체는 무인 시범 운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은 대부분의 시범운행에서 보조운전자가 탑승하고 있고, 주행하는 도로도 시범구역 지역 내 특정 노선으로 제한돼 있다. 미국이나 중국은 시범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운행 경로를 설정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창성 자동차산업협회 스마트안전실장은 “자율주행 레벨4 수준에 적합한 안전 기준과 합리적인 보험제도를 마련하고 기업 수요에 맞춰 시범운행지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규모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시범운행지구를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센터장은 “자율주행 기업이 수익을 내기까지는 기술적, 재정적 ‘데드벨리’를 통과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 구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